번호판 떼자 그제야 "낼게요"
지난해 43만 건·146억 원 밀려
30만 원 이상 미납하면 '영치'
수백대씩 일일이 조회해 찾아

"3766, 4559, 1524, 1019…."

갈명(25) 씨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서1길을 따라 천천히 차량을 몰았고, 조수석에 앉은 여정모(30) 씨는 주차된 차량의 번호를 읽으며 모바일 영치시스템에 입력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청은 이달부터 30만 원 이상 주정차 위반 과태료 체납자를 찾아 차량 번호판 영치를 하고 있다. 갈명·여정모 씨 등 주차질서담당 직원 5명은 2인 1조나 3인 1조로 매주 1~2회 체납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찾았다. 67만 원 체납했네요." 단속에 나선 지 30분이 채 안 돼 체납차량 1대를 찾았다. 차에서 내린 여 씨는 한 번 더 영치 대상 차량인지 확인했다. 갈 씨는 번호판 사진을 찍고 고정용 볼트를 풀어 번호판을 뗐다. "흠집 내면 안 되거든요. 손으로 안 되면 스패너를 사용하죠. 체납자가 항의할 경우를 대비해 번호판 떼기 전후로 사진을 찍어 증거자료로 남겨놓습니다."

개인용정보단말기에서 나온 영치증과 함께 '강제적 조치다 보니 기분이 좋지 않으시겠지만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와이퍼에 끼웠다. 체납한 과태료를 내야 번호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창원시 주정차 과태료 체납은 43만 3850건, 146억 7865만 340원에 이른다. 마산합포구 14만 5668건(37억 5911만 7980원), 마산회원구 6만 9281건(36억 6345만 4520원), 의창구 8만 6048건(34억 8039만 8420원), 성산구 10만 7870건(26억 3924만 1730원), 진해구 2만 4983건(11억 3643만 7690원)이다.

▲ 20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청 갈명 주차질서담당이 번호판을 영치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자동차 번호판 영치는 질서위반행위 규제법에 따라 이뤄진다. 마산회원구청 번호판 영치 대상은 30만 원 이상 체납자 1554명(1만 9749건·11억 932만 5420원) 소유 차량이다. 160명은 100만 원 이상 체납했고, 최다 체납액은 272만 5820원이다.

2009년부터 체납한 사람도 있고, 66건이나 체납한 이도 있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는 기본 4만 원에서 최고 7만 원까지 증가합니다. 30만 원 이상 체납했다는 말은 5건 이상 단속됐다는 말이죠. 고지서를 한두 번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번호판 영치는 쉽지 않다. 차량 탑재형 영치시스템이나 모바일 영치시스템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며, 체납 차량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2시간 돌아다니면 차량 번호 300개 정도 입력하는데 이 중 영치 차량은 1대 나올까 말까 합니다."

번호판을 떼 내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고 체납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 오후 6시까지 납부하겠다", "내일까지 무조건 내겠다"는 사정을 들어주었다가 납부도 하지 않고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아 골탕을 먹는다. 차량은 천천히 움직였다. "또 찾았습니다. 57만 원 안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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