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선거법 애매하면 선관위에 문의
세뱃돈·축의금도 '기부행위' 사람 못 만나도 '호별방문'
후보 대상 교육·홍보 병행하지만 사례별 해석 천차만별

김조합(가상 인물) 씨는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다. 김 씨는 지난 설 명절에 지인인 조합원 손녀에게 세뱃돈 5만 원을 줬다. 그리고 김 씨는 선거운동 기간 자신을 알릴 목적으로 조합원 ㄱ·ㄴ 씨 집을 찾았다가, 아무도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또한 김 씨는 지인인 조합원 결혼식에 축의금 10만 원을 냈다. 자신의 모친상 때 해당 조합원이 부조금 10만 원을 냈기에, 그에 대한 답례였다.

김 씨가 한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김 씨가 준 세뱃돈은 기부행위 금지·제한 위반에 해당한다(창원지법 진주지원 2015년 판결 사례).

호별 방문은 아예 금지돼 있다. 특히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방문 자체만으로 호별 방문으로 간주한다(대법원 1999년 판결 사례).

축의금 10만 원도 기부행위 금지·제한 위반에 해당한다. 출마(예정)자가 친족 외에 제공하는 축의·부의금은 통상적인 범위를 5만 원 이내로 보고 있다(광주지법 2010년 판결 사례).

조합장 선거는 기본적으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는데, 일반 선출직 공무원 선거와는 많은 차이를 두고 있다.

선거운동 주체는 후보자 본인만 해당한다. 조합원 개개인 집 방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소견발표·연설회도 허용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선거운동 수단은 △선거공보 △선거 벽보 △어깨띠·윗옷·소품 △전화·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 △명함이다.

이 가운데 '명함'을 살펴보면 이렇다. 위탁 선거법은 관련 규정을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길이 9cm 너비 5cm 이내의 선거운동을 위한 명함을 선거인에게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해 놓았다.

여기서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 개념이 모호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가능한 예시로 마트·시장·찜질방·백화점·공원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제한되는 특정 장소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은 '병원·종교시설·극장의 안' '위탁단체의 주된 사무소나 지사무소 건물의 안'을 명함 배부 제한 장소로 지정해 놓았다.

판례를 보면, 지난 선거 때 한 조합장 후보는 사찰 부속 건물인 해탈문에서 명함을 배부하다 처벌받았다. 법원은 "해탈문은 사찰 정문에 해당해 종교시설 내부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15년).

이처럼 조합장 선거운동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며, 법 규정도 모호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경남농협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출마자가 법을 잘 몰라 위반하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년 전 한 번 경험했던 현직 조합장들보다, 처음 출마하는 이들이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남농협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소병철 농협중앙회 공명선거자문위원장을 초청, 선거법 특강을 진행했다. 수협·산림조합도 선관위와 협력해 관련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사례 예시집'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위탁선거법 내용이 방대하고, 사례별 해석 여지도 많아, 교육·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선관위, 농협·수협·산림조합 측은 "모호할 때는 선관위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공통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도내 모 수협 조합장(이번 선거 출마 예정)은 "관련 선거법이 4년 전과 또 달라진 내용도 많더라. 그래서 나 같은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법규 안내와 위반행위 신고를 위해 '전화 1390(국번 없이 전국 공통)'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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