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협상 중재 역할 표명
청와대 "트럼프 반응 긍정적"
민주 "비핵화 이끌 핵심 수단"
한국 "세금 쌈짓돈처럼 사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적극적 의지를 밝혀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35분 동안 통화를 갖고 다가오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방안을 중점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남북경협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 사업 언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북미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협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곧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남북경협을 포함한 제재 완화 수위는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한미 정상 통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특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한 사안이다.

일단 미국 측의 공식 입장은 현재로선 변함이 없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앞서 나가지 않겠다"며 "우리는 제재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 이것은 전 세계의 제재이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측이 제재 완화를 '카드'로 북한 측의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실행계획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이런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달렸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 측 외교 소식통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상응 조치로 제시될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때 맞게 될 '밝은 미래'를 설명하면서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은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 관련 언급을 질타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김경수·드루킹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미북정상회담을 북한을 위한 회담으로 만들려는가"라며 "국민 세금을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생각한다. 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북측의 어떤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지 언급 없이 제재 완화 등 선물보따리를 김정은에게 안겨 달라고 요청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철도·도로 등 여러 대북투자를 하려면 십수 년에 걸쳐서 수백조 원이 들어간다"며 "투자는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비핵화 이전 조치가 아니라 완전 비핵화가 된 이후에 검토해야 하는 조치다. 트럼프조차도 북한에 여전히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배짱으로 경제도 모르는 대통령이 투자하겠다고 큰소리치느냐"고 따졌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런 지적에 "남북경협은 한낱 '퍼주기 프레임'으로 폄훼될 수 있는 논의가 아니"라며 "남북경협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자 기대되는 경제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초당적으로 협력할 시기로 평화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 "통화 후 발표된 한미 양국 메시지는 매우 긍정적이며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는 방증"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이 밝힌 각오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우리 측의 후속조치를 고민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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