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시도자 대상응급실 기반 사후관리사업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도내 2곳 포함 전국 52곳 설치
상담·증상평가 병행해 고위험 환자 15.6%→6.3% 감소

무연고자로 혼자 지내며 평소 술을 많이 마시던 50대 ㄱ 씨. 지난해 말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후 스스로 119에 신고해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왔다. ㄱ 씨는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에서 입원 치료 후 퇴원했다. 병원 측은 ㄱ 씨에 대해 치료비 지원과 사례 관리를 하고 지역 사회에 연계할 예정이다.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지내며 양극성 장애가 의심돼 약물을 복용하던 60대 ㄴ 씨는 올 초 투약하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한 후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하지만 입원을 거부하고 퇴원했다.

병원 측은 ㄴ 씨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총 2회의 사례관리 서비스를 진행했다.

생의 마지막을 선택해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업.

창원경상대병원 김성춘 응급의료센터장 등의 도움말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창원경상대병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 김성춘(왼쪽) 센터장, 배가현(가운데)·심승희 전문 코디네이터.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어떤 사업인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3년부터 시행해 온 사업으로, 병원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2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해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온 사람에게 상담과 사례 관리 등 사후관리를 해준다.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후에도 전화와 방문 상담을 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을 통해 자살 재시도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자살시도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5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이들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52개 병원 응급실에서 시행 중이며, 도내에서는 경상대학교병원과 창원경상대학교병원이 이 사업 수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는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를 전문 코디네이터로 배치한다.

창원경상대병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김 교수가 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 이철순 교수가 부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심승희 간호사와 배가현 간호사가 전문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다.

김 센터장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외로움 등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노인이 많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서 자살을 재시도하기도 한다. 자살 시도자들은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응급의학과에서 이들을 관리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과 연계해 1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신청자가 많아 지난해 6월부터는 기초수급자와 무연고자에 한해 지원 중이다.

사업 대상은 해당 병원 응급실에 온 자살시도자 중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사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자살시도자 내원자 1만 2264명 중 지원에 동의한 사람은 8815명이었다.

심 간호사와 배 간호사는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 후 환자에게 서비스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사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절반 정도는 '죽고 싶은데 왜 살렸느냐' 등의 이유로 면담을 거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자살시도자가 응급실로 오면 응급의학과에서는 먼저 환자의 신체적 치료와 안정을 꾀한다. 상해 처치 시 발견한 정보를 이용해 자살시도자 초기 평가지를 작성하고, 사례관리팀인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에 의뢰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응급의학과나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하기도 한다. 정신과적 진단, 평가 등으로 환자가 자살시도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되면 입원 치료를 한다.

입원 또는 외래 치료 중 지속적인 서비스 연계를 위해 사례관리팀이 4차례까지 사례 관리를 하고,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기관과 연계해 환자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례 관리란 기록지를 활용해 자살 위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안부를 묻고, 관심을 표현하며 힘든 점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우울 정도 등 정신의학적 증상 평가, 전반적 상태 평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순응도 등을 파악한다. 전화나 방문, 혹은 병원 내원 등을 통해 진행한다.

심 간호사는 "주 1회, 총 4회 사례관리를 하는데, 관리 도중이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관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 중에서는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젊은 층에서는 사생활 침해라며 꺼리는 사람도 많다"며 "사례관리의 역할은 환자를 치료하고 상황을 해결한다기보다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해 자살 재시도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효과 있나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17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결과'에 따르면 사후 관리 접촉 횟수가 증가할수록 전반적 자살 위험은 낮아졌다.

2017년 사업을 수행했던 42개 병원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1만 2264명을 대상으로 실태 분석한 결과 응답자 중 과거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35.2%이고, 대부분 6개월 내에 다시 자살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 시도 동기는 정신건강 문제(31.0%), 대인관계(23.0%), 말다툼 등(14.1%), 경제적 문제(10.5%), 신체적 질병(7.5%)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실제 자살 사망자의 자살 동기가 정신적 문제(36.2%), 경제적 어려움 (23.4%), 신체 질환 (21.3%) 순인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2016년 경찰청 자료)

자살시도자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였고(53.5%), 자살시도자 대부분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며(88.9%), 절반 이상이 자살시도 시 도움을 요청(52.1%)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후관리서비스에 동의하고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된 자살시도자 총 3999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후관리서비스를 진행할수록 전반적 자살 위험도, 자살계획·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고, 알코올 사용문제 및 스트레스, 식사 및 수면문제, 우울감 등 정신상태 등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자살 위험도 변화를 살펴보면, 1회 접촉 시 자살위험도가 '상(上)'인 경우가 15.6%(567명)에서 4회 접촉 시 6.3%(231명)로 감소했다.

자살계획이 있는 경우는 1회 접촉 시 3%(119명)에서 4회 접촉 시 1.3%(52명)로 줄었으며, 자살시도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1회 접촉 시 1.6%(63명)에서 4회 접촉 시 0.6%(23명)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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