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협회 이사장 후보 공청회
공모사업 '지역 패싱'공감
"평가받을 기회 없다"지적
각 후보 해결책은 제각각

지난 16일 오후 2시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연극협회 26대 이사장 후보 공청회. 25일 치러지는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경남연극협회가 세 명의 후보를 부른 자리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역 대의원과 연극인들이 모여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협회 운영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전임 정대경 이사장이 '연극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 2018 대한민국연극제 심사 배제 사건', '2016~17년도 문예진흥기금 미정산' 등 문제로 자진해서 사퇴한 터라 더욱 신경이 쓰였을 거였다.

하지만, 지역 극단의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이를 위해 거제 극단 예도 이삼우 대표(거제지부 대의원)가 마이크를 잡았다. 극단 예도는 지난해 <나르는 원더우먼>이란 작품으로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경남에서 가장 주목받은 창작 작품으로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나름 느끼는 바가 적지 않을 터였다. 그의 첫 마디는 '왜 지역 극단은 안되는가'였다.

"문화체육관광부라든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든지 사업 신청을 하면 우리(지역 극단)는 일찌감치 서류 심사에서부터 안 됩니다. 그래서 이건 우리한테 주는 사업 자체가 아니었구나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다 같이 연극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되지, 왜 우리는 기회조차도 안 주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다들 참 열심이지만, 실제 좋은 조건과 형편으로 연극을 하는 지역 극단은 거의 없다. 이들이 기관이나 단체가 공모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생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에도 지역 소외가 벌어진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떤 단체 사업에 선정되려면 가점을 받아야 유리한데, 그러려면 대통령상이나 문체부 장관상은 받아야 합니다. 경남 지역은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전국 단위 대한민국연극제에 참여해서 2등 안에 들어야 겨우 선정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그렇더라도 지역 극단이라 그런지 아예 연락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죠."

지난해 대한민국연극제 금상(2위)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라 더욱 설득력이 컸다. 이 대표는 또 지역 연극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다고 했다.

"한국연극협회에서 매달 발행하는 연극전문지 <월간 한국연극>이 매년 공연베스트 7을 선정하죠. 이때 지역 작품을 한 작품씩 추천하기는 합니다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지역 작품은 없어요. 지역 극단은 박수만 쳐주는 들러리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 꽤 불쾌하더라고요."

▲ 16일 창원 도파니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연극협회 26대 이사장 후보 공청회에서 도내 연극인과 후보들이 질의응답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실제 지역에는 연극 비평이나 평론을 하는 이들이 드물다. 경남 지역에서 그나마 연극을 평가받을 방법은 경남연극제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서울에서는 별로 크게 보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에는 상이 많죠. 동아연극상, 영희연극상, 한국연극예술상 등등. 심사위원들도 그런 상들을 중심으로 모여 있습니다. 지역으로 안 옵니다. 예전에 평론가 한 분에게 여쭤 봤더니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한국연극협회에서 만든 상조차도 지역 극단은 심리적인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게 현실이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후보자들의 의견을 청했다.

이와 관련해 기호 1번 김병호 후보는 지역 극단의 작품과 공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원인인 것 같다며 평론가들이 지역에 갈 수 있도록 교통비라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열악한 상황이라도 사업 신청이나 연극상 신청은 계속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협회에서도 이야기할 근거가 생긴다는 말이다.

2번 오태근 후보는 지역 출신답게 지금까지 협회에서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게 문제라며 자신은 그 할 일을 하러 나왔다고 했다.

3번 손정우 후보는 지원금이든 연극상이든 지역 할당제를 도입해야 지역 소외 해소가 가능하다며 자신이 반드시 이걸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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