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희생한 분들 추모에 앞장서 왔던 정계환 유족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장을 16년째 맡아 사고원인 규명,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희생자 추모 사업을 펼쳐왔다. 두 손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난 2003년 9월 12일 해일과 함께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덮쳤다. 신마산 일대에 밀려든 바닷물과 부두에 쌓여 있던 원목이 인근 건물 지하로 쏟아져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정 회장은 아들 시현(당시 28세) 씨와 며느리가 될 예정이던 서영은(당시 23세) 씨를 잃었다.

2003년 태풍 매미는 당시 마산시민들로서는 두 번 다시 기억하기조차 싫은 사건이다. 태풍과 더불어 산더미보다 더 큰 해일이 밀려오는 통에 시내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특히 신마산 댓거리에서 18명이라는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대부분 저녁 무렵에 지하상가에 들렀다가 해일로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었고, 또 그 입구를 부두에서 떠밀려온 통나무들이 막고 있어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 피해가 있었다. 어시장 일대는 거의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참담한 피해를 당했다. 시민들은 피해지의 참상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시설이 바람과 해일에 갈가리 찢겨 있었다. 심지어 바다에 있어야 할 배조차 어시장 길목에 얹혀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참혹한 상황에서 결혼을 앞둔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딛고 정계환 회장은 태풍 매미 18명 희생자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05년 2주기 추모식을 개최하면서 우선 사고 현장에 희생자 위령비를 세웠다. 많은 희생자가 생긴 원인으로 지목된 항만 일대에 적재해놓았던 원목도 사라졌고, 참사 15주기인 지난해 마산만에 방재언덕도 준공했다. 그동안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족회는 해마다 추모제를 열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전달해 왔다. 마산만 매립이라는 불행한 그림자가 지금도 해양신도시 인공섬 문제로 남아있다. 이참에 태풍 매미 유족회의 활동을 다시 챙겨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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