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115개사 종업원 1만 6500명 생존대책 촉구
현대중, 자회사서 기자재 납품…"줄도산·실직 우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생산시설이 많은 데다, 울산 쪽 기존 협력업체 쪽으로 일감이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대우조선해양 협력회사 협의회 소속 6명의 회장단은 18일 국회를 찾아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문석 대우조선해양 협력회사협의회 회장은 "최저임금 등 인상에도 협력사들은 직원 복리와 비용을 줄여가며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고통 분담을 해왔다"면서 "대우조선이 자생력을 키우며 회생 가능성을 높인 상황에서 인수가 결정된 데 대해 심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는 115개사, 종업원 수만 1만 6500여 명에 달한다. 조 회장은 "정부 정책이 잘됐다 잘못됐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역 경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갖는 영향력이 큰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세계 1, 2위 조선사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화로 구매비용 절감과 수주·기술 경쟁력 제고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선사 재편 움직임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는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많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은 대우조선이 자생력을 키우며 회생 가능성을 높인 상황에서 인수가 결정된 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물량의 30%가량을 수주했고, 2년 연속 7000억~8000억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6척, LNG운반선 1척 등 7척(약 7억 4000만 달러)의 선박을 수주하는 등 매각 과정에서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도 "현대중공업은 자체생산이 많아 아무래도 공급이 줄 것 같다. 1차 벤더가 무너지면 2, 3차 하청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 업체 노조도 이번 매각이 명백한 특혜이자, 노동자를 죽이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기자재 대부분을 자회사서 충당하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와 경남 지역 중소업체서 납품받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남해안 조선산업벨트 생태계를 파괴하고 중소 기자재 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HSD엔진, STX엔진, STX중공업 등 대우조선해양 엔진 납품업체 노조도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매각은 거제, 창원을 포함한 경남의 1300여 개 협력업체의 도산과 조선업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와, 최대 14조 원의 금융피해와 5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과 거제를 비롯한 지역 업체와 공존 약속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조선 엔진 1차 업체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대우조선해양과 경남 지역을 배려하는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최소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조선산업 붕괴 목소리에 현대중공업이 분명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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