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이야기 잘 들어주는 공감능력이 비결"

김지수(49) 경남도의회 의장 앞엔 수식어 '최초의'가 따라붙는다. 최초의 민주당, 최초의 40대, 그리고 최초의 여성 도의회 의장….

"권위는 빼고, 실속은 더하겠습니다. 의회는 법을 만들고 다양성과 전문성은 공부하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습니다."

김지수 의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의회의 '탈권위'와 '열공모드'를 예고했다. 지난 1월 2일 김지수 의장을 도의회 의장실에서 만났다.

지난 6개월간 제11대 도의회 평가와 계획, 그리고 '인간 김지수'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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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경남도의회

공부하는 도의회

김 의장은 지난 6개월을 도의회 본연의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견제기관으로 거듭나고자 '기초'를 다진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공부하는 의회상을 정착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도민의 목소리를 도정과 교육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국회 의정연수원 교수진을 초빙해 조례 입안·심의, 행정사무감사 실무교육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의정활동 방법, 빅데이터 분석 교육을 했습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예산학교를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했습니다. 올해도 연구하고 토론하는 의회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공부하는 도의회 위상'은 21차례 도정 질문과 50회에 이르는 5분 자유발언 등 집행부에 대한 견제, 47건(의원발의 27건) 조례 제·개정 등 도민 중심 입법활동으로 이어졌다. 김 의장은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 도입과 기존 정원보다 인력을 14명 늘려 의회사무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한 점 등도 성과로 꼽았다.

경남도의회가 '의원 국외연수'를 대폭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도의회는 최근 국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 등의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 국외연수가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위원을 6명으로 확대하고, 심사위원장도 외부민간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개선 방안에는 상임위원회별 연수형식도 개선해 의원 임기 4년 가운데 지방선거, 원구성 변동 등이 있는 짝수 해에는 기존과 같은 상임위별 방식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홀수 해에는 의장단을 단장으로 10여 개 현안 주제를 선정, 소속 상임위 구분 없이 의원 신청에 따라 팀(5∼7명)을 구성해 연수 시기를 골고루 분산·운영하도록 한 점도 포함됐다. 연수계획서 제출 시기도 기존 출국 20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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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8일 장애인 거주 시설인 창원 풀잎마을을 방문해 한 지체 장애인에게 몸 상태 등을 물어보고 있는 김지수 의장. /경남도의회

다수당과 소수당의 조화에 노력

도의회가 사전 심사 단계부터 결과보고서까지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 국외연수를 진행하는 만큼 앞으로 시·군의회 국외연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했다.

"먼저 제도적인 한계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지역현안과 민원에서부터 다양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게 권한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지방의회 인사권독립과 정책지원인력 도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나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경남도 출자·출연 기관장 인사검증과 관련해서 그 실효성이나 검증방법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법률에 의해 시행되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협약을 근거로 시행되는 도의회 인사검증이 같은 값으로 평가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도의회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도민의 알 권리와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를 위해서 인사검증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제도적인 한계가 있고, 인사검증 시간이 다소 짧아 의원들이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앞으로 운영상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 의장은 앞서 지난 10대 때도 도의원으로 활동했다. 11대 도의회는 그때와 견줘 어떻게 달라졌을까.

"10대 도의회 때는 보수당(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90%가 넘어 의회가 독점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회 내에서 활발하고 다양한 의견이나 토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반면, 11대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비율이 6:4이기 때문에 의원 상호 간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의회가 합리성을 유지하려면, 여러 정당의 의견이 제한 없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 원내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어느 의회 때보다도 토론문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11대 도의회는 민주당(34명)과 한국당 등 야권·무소속(24명)이 3 대 2 비율로 이뤄진 데다, 82.8%(48명)가 초선으로 채워졌다. 지난 10대 때 초선이 55명 중 61.8%(34명)였던데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도의회가 일방적인 김경수 도정 옹호 또는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타협의 정치'를 강제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김 의장은 '절묘한 의원비율'로 도의회를 만들어 준 도민들 덕분에 '소통과 협치'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다수당의 양적 대표성과 소수당의 합리적인 주장이 조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명밖에 없는 정의당도 소외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소통과 불신의 장애를 없애고자 앞으로 의장단 회의는 가능한 공개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회규칙도 점검할 계획입니다. 10대 때 못다 했던 의정활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의원으로서 각종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의장으로서 도의회가 공정하고 신뢰받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큽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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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회에서 이쟈클린 양산시 이주여성대표 등을 만나고 있는 김지수 의장. /경남도의회

"지역민과의 악수가 나의 비타민"

김 의장은 거의 날마다 의회에 나온다. 각종 결재를 비롯해 민원 청취, 집행기관 업무보고, 현안에 대한 의장단 간담회 등 빼곡하게 일정이 잡힌다. 여기에다 도 단위 행사, 지역구 행사까지 겹치는 날엔 그야말로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정치인에게 '체력은 실력'인 셈이다. 약사 출신이라 우리가 모르는 '좋은 약'이라도 '장복'하는 걸까. 체력관리 비결은 뭘까. '악수'를 많이 하는 것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젊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굳이 건강비결이라고 한다면, 악수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고, 체력보다는 정신적으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많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의견을 많이 듣고 소통하는 것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건강을 위한 종합비타민은 악수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약사를 하다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80년대 말, 90년 초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소위 '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반도 하고, 학생회 활동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엔 민주화 운동이 절정과 퇴조기를 함께 겪었고, 정치는 남성, 소위 운동권 엘리트, 법조인들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어떤 사람이라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약사회에서 활동을 하던 중에 정당(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게 2010년 3월입니다. 저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건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공감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내 이야기보다는 친구들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았고,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성격이 이 일에는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일하는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주부로서 소회도 밝혔다.

"아직 사회 분위기가 육아나 가사는 여성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육아나, 가사에서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아무래도 전업주부처럼 모든 가사 일을 잘 해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김 의장은 여전히 '변화와 혁신'이 고프다. 올해도 민원창구 확대와 청원제도 활성화를 통해 도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의정활동 과정에서 생산되는 각종 자료를 공개해 의회운영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끝으로 "도민 여러분이 곧 의회라는 믿음으로 누구든지 도의회로 오셔서 의견을 주시면, 도민의 처지에서 열린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의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고,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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