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사실상 불법 택시영업"
카풀업계 "사용자 요구 맞춘 서비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최근까지 택시기사 3명이 분신하는 등 카풀과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택시 업계는 공유경제를 가장한 카풀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도 차량 관리나 정비 등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카풀 업계는 카풀 자체가 수요자 요구에 따라 발생한 것이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을 받는 택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저지 집회를 하고 있는 택시업계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기사들. /연합뉴스

◇1994년에 허용된 카풀…공유경제 플랫폼과 결합 =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그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카풀은 급격한 승용차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직장 동료나 이웃사촌까지 목적지가 같은 경우에 이용할 수 있도록 1994년에 허용됐다.

카풀은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대중화하기 훨씬 전에 도입된 것으로, 25년이 지나서야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같은 체계화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17일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택시 하루 운행실적은 약 539만 회로, 카풀 플랫폼 업체가 자가용 운전자 200만 명을 모집해 80%인 160만 대만 하루 2차례 운행하더라도 택시 시장의 59%를 잠식하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공유경제 범주는 현행 법률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카풀은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사실상 택시영업으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택시 업계 "차량정비·보험처리·범죄자 차단 등 우려" = 택시 업계는 카풀 허용 시 상당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조합에 따르면 택시는 차량을 6년마다 교체한다. 주기적인 소모품 교환 등 정비도 매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공제조합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보험처리를 담당한다. 택시 운전기사도 자격 취득 전에 범죄경력을 조회해 강력범 전과자 등을 걸러낸다.

택시 업계는 택시와 달리 카풀 차량은 안전성 측면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카풀 차량은 차량 교체 제한이 없고 운전자 판단에 따라 차량을 정비하기 때문에 승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업을 목적으로 할 경우 승객 보험이 불가능해 보험처리에도 문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고자 일부 카풀업체는 '자체 피해보상 제도'를 마련할 정도다.

택시 업계는 특히 카풀은 운전자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없고 성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한다.

◇카풀 업계 "택시 업계 주장은 카풀 취지 자체를 오해" = 카풀 업계는 이런 택시 업계 주장이 카풀 취지 자체를 오해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인식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풀은 이미 25년 전부터 사용자들이 원해서 생겨난 서비스인데, 택시 업계가 사용자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차량을 요청한 콜이 20만 5000건에 달했지만, 이에 응한 택시는 3만 7000대에 불과했다. 사용자 요구에 택시가 턱없이 모자랐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 우려와 달리 카풀 서비스는 '전업화' 형태가 아니며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 2회로 운행을 제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택시 업계가 지적하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을 받는 택시와 카풀 차량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카풀은 서비스 형태가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개인 차량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범죄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법 테두리에서 운전자와 차량에 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정기적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3차 대화에 참석한 정주환(왼쪽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연합뉴스

◇사회적 대타협기구로 상생안 모색 =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택시·카풀 업계는 지난달 22일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출범시켰다.

이 기구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같은 달 18일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하며 기구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당내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소속 위원들, 택시노조 4개 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김현미 장관은 "교통과 산업 서비스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면서 사업자도 사업이 잘 운영되고 종사자와 노동자의 생활도 보장하며 이용자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이뤄내는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카풀 문제를 반드시 먼저 해결한 다음 정부와 논의해 (택시 업계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택시 업계와 혁신적 플랫폼 기술이 결합한다면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업계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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