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 추동력 약화 우려 백번 타당
재판부, 법리 이전에 민심 행간 살피길

도내 271개 자생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김경수 도지사 불구속 재판을 위한 경남도민운동본부'의 성명서는 김 지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도 좋을 합리적 명분으로 크게 네 가지 요점을 들어 이해를 구하고 있다. 첫째 도정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단없는 도정이 베풀어질 때 그 최대 수혜자를 340만 도민으로 친다면 유권자로서의 도민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은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인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공개적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둘째 성명서는 그 배경으로 법원이 구속 사유로 삼는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의 염려는 없다고 못박았다. 셋째는 형평성의 문제 제기다. 그동안 누누이 거론되어 귀에 익었거니와 별로 멀지 않은 과거에 현직 도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구속되지 않았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도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재판을 받아도 법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다. 지역 경제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해야 할 지방정부 최고 책임자가 감옥에 갇혀 일손을 놓고 있어서는 겨우 회생의 기미를 찾기 시작한 역내 주력산업의 추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폄으로써 공감대를 넓히려 한다. 이것만 두고 단순 논리로 평가한다면 백번 타당한 주장이다. 김경수 도정이 야심차게 추진한 스마트산업단지 구축과 관련 기업 지원 시책이 그렇고 조선업 수주에 따른 훈풍이 그렇다. 구속되기 직전에 햇빛을 본 서부경남 KTX 관통사업은 묵은 숙원을 해결한 일대 전기로 기록될 만한 초미의 관심사다. 김해공항 확장에 대처하는 방법론이나 진해 신항만 배후단지 조성 역시 현장 중심의 강력한 행정적 리더십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다. 지사 권한대행의 제한적 권능으로 그 같은 명제들을 십분 소화해낼 수 없다. 더구나 새로운 사업 구상이나 대민 복리증진은 논외의 영역이다.

김경수 도지사 불구속 재판을 위한 경남도민운동이 전개되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닐 것이다. 몇 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반복된 지사 유고사태로 도민이익이 크게 침해당했다는 자기방어적 보호 개념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4년 임기는 유권자와의 약속사항이다. 누군가 그것을 어기는 순간 신뢰는 사라진다.

관건은 법심의 향방이다. 법에도 뛰는 심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오로지 논증과 잣대가 지배하는 세계인 만큼 섣부른 예단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을 움직이고 응용하는 주체는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이다. 법리 이전에 왜 불구속 재판을 바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지, 호응도가 왜 높은지 행간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경남도민들의 피해의식이 어디에서 발원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윤석년.jpg

며칠 지나지 않아 답이 나올 것이다. 성의를 다해 지역 여론의 진정성을 확장하는 데는 성공했으니 다음 순서는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를 준비해둬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