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나 설날 무렵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선행자가 주민센터나 은밀한 장소에 현금이나 물품을 갖다 놓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써 달라고 한다. 천사 같은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무엇보다 서민의 마음을 더 울컥하게 하는 것은 한글도 익히지 못한 사람이 평생 행상으로 일군 땀과 근검절약한 노력의 결정체를 처자식에게도 유산을 남기지 않고,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자선을 베푸는 모습이다.

적게 가진 자의 기부가 매년 늘어나는 것은 위화감을 좁혀 우리 사회의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징조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위화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산과 직위에 따라 위화감이 심각해 흔히들 '갑을' 관계까지 진전된다. 갑과 을의 관계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본래의 관계를 벗어나 엉뚱한 수직관계, 상명하복 등의 위화감으로 변질한 것 같다.

공직사회 및 가정에까지 갑을관계 인식이 확산해 가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직장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자기 업무를 벗어나 일을 시켰을 때 갑이 을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고 항의하는가 하면, 기관의 책임자가 손님맞이를 위해서 업무 외 정리정돈이나 허드렛일을 지시하면 부당한 지시라며 거부한다. 요즘 공직사회나 가정에 상하가 없고 위계질서가 무너진 것 같다.

우리는 민주사회의 짧은 연륜을 갖고 있지만 우리에게 자신감을 느끼게 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 계층이 없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평등의식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신이나 집안, 학력이 중요시되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른 인생 역정이 더 많이 평가되는 세상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이나 업무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권력이나 재력을 가지고 갑을 관계 기준을 삼는 것은 빈부의 격차가 심한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다.

'갑을'의 다툼이 잦은 직장이나 기업체에서의 CEO나 간부와의 관계는 서로 신뢰와 소통이 되면 위화감이 좁혀질 것이다.

아직도 하루가 멀다 하고 권위나 재력 등을 이용하여 폭력 행사, 인권유린 등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갑과 을의 자기들만의 잣대로 저울질하기 때문에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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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의 배려와 겸손이 필요하다. 특히 계층 간 위화감, 원만한 갑을관계를 맺으려면 수직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바꾸는 사회분위기 쇄신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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