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 포착해 발빠른 대응 '47년 장수비결'
1972년 설립해 올해 국내자본 전환
고부가 전자부품으로 경쟁력 확보
LED 인버터·태양광 모듈 주력

'수출자유지역'으로 불리며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온 마산자유무역지역이 내년이면 지정 50주년을 맞는다. 1970년대 설립돼 대한민국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다한 마산자유무역지역에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45년 이상 한길을 걸어온 장수기업이 10곳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중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대표적인 명문 장수기업 3곳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1972년 11월 마산수출자유지역 내에 설립된 한국태양유전은 업력 47년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장수기업이다. 태양유전은 동경전자 등 전자부품 제조업을 하는 일본기업이 마산자유무역지역으로 진출함에 따라 이들 업체에 부품 조달을 위해 세계적 전자부품업체인 일본 다이요유덴(TAIYO YUDEN) 그룹에서 투자한 기업이다. 전자부품 제조업으로 시작한 태양유전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올해 1월 1일 TY모듈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 남필수 TY모듈코리아 회장이 제품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외투기업서 국내기업으로 전환 = ㈜TY모듈코리아(대표이사 회장 남필수)는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해 올해 사명까지 변경하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2019년 1월 1일부로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법인 현지화로 순수 국내기업으로 전환했다. 기존 태양유전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거래처는 유지하고, 종업원 고용도 모두 승계했다. 사명이 바뀌고 회사 형태는 달라졌지만, 기존 '태양유전' 브랜드는 계승한다는 계획이다.

남필수 회장은 "그동안 납품하던 거래처와 판매망은 그대로 승계하는 대신 자본의 구성만 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본은 남 대표이사가 퇴직금 등 개인재산을 털고, 직원들도 우리사주조합 형태로 참여해 일본기업에서 100% 국내 자본으로 전환했다. 남 회장은 "애초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을 사유화한다는 일부 오해도 있었지만, 회사를 성장시킬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회사 구성원을 설득했다"면서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태양유전에서 TY모듈코리아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 TY모듈코리아 사옥. /김구연 기자

◇'품종 변신' 회사 성장 도모 = 태양유전은 1970·80년대 국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노동집약적인 전자부품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노동자의 요구가 커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남 회장은 정확히 1987년으로 기억했다. 그해는 6·29 민주화 선언 이후 각계에서 다양한 욕구가 폭발하던 때다. 노동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이 일어났다. 임금 상승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양유전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눈을 돌렸다. 기존 제품들은 중국이나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로 생산을 넘기는 대신 DC to DC 컨버터, 하이브리드 IC,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으로 생산 품목을 바꿨다. 다양한 품종 변신을 통해 기업 생존전략을 찾은 셈이다.

전자부품 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로 콘덴서, 코일 등 하나의 기능을 가진 소자를 만들었던 태양유전은 1987년 이후 복합기능을 지닌 모듈 생산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당시 텔레비전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전원 구동부 인버터, LED 백라이트, LED 드라이브 등을 생산하며 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지금은 가로등이나 터널 내 설치된 LED 인버터 모듈이나 태양광 집적 모듈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TY모듈코리아는 회사 내에 연구원 26명 규모의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종업원 수는 91명이고, 지난해 매출은 1857억 원을 기록했다.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희망을 = 오랫동안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는 기업 중에서 차별화된 사회공헌 방식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TY모듈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회사 전신인 태양유전 시절이던 1975년부터 꾸준히 교통사고 유자녀를 위해 많은 기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 설립 5년 만에 만든 교통사고유자녀장학회는 이 회사가 실천해온 사회공헌 활동의 상징이다. 태양유전의 창업자인 사토 히코아치(1989년 작고)의 유지를 따르고자 설립한 '한국태양유전 교통사고유자녀 장학회'는 교통사고로 부양자가 사망했거나 부양능력을 잃은 유가족의 자녀에게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설립 후 현재까지 115억 원이 기금으로 출연돼 지난해까지 1만 1707명에게 64억 8800여 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동안 교통사고 유가족 자녀에게 한정한다는 법인 목적에 따라 대상자가 한정돼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남 회장은 "1년에 한 번씩 장학금을 받는 학생을 데리고 해외 문화탐방도 진행하고 있다. 한 학생과 사고로 다친 부모님 얘기를 나누다 북받쳐 함께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경제력이 좋아지고 국가가 나서 소외계층을 잘 돕고 있지만, 그 울타리에 들지 못한 학생들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큰 기업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는 만큼 묵묵히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회장은 "'어려울 때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장학금 수혜자가 늘어나면서 태양유전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성장해 회사에 취직하는 일도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밖에도 TY모듈코리아는 국세청의 '아름다운 관세 행정 파트너'와 성실 납부 기업 선정은 물론, 남녀고용평등 대통령표창, 신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등 지역의 착한 기업으로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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