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득, 천장절 일장기 훼손
한봉삼, 학생만세운동 주도
퇴학 100년 만에 명예회복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 김상득·한봉삼 선생이 밀양초등학교(옛 밀양공립보통학교)를 명예 졸업했다. 3·13 밀양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지 100년 만이다.

김상득·한봉삼 선생은 지난 15일 오전 10시 열린 밀양초교 109회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밀양초교 재학생·졸업생을 비롯해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박일호 밀양시장·김춘옥 밀양초교 교장·윤일선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봉삼 선생 졸업장은 유족인 조현주(조카며느리) 씨가 받았다. 김상득 선생 졸업장은 유족인 며느리에게 유고가 생겨 윤일선 소장이 대리로 받았으며, 윤 소장이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상득(1901∼미상) 선생은 1911년 의열단을 이끌었던 약산 김원봉 선생과 함께 밀양공립보통학교 재학 시절 일왕 히로히토의 생일인 천장절에 반대해 일장기를 화장실에 버려서 퇴학당했다. 1919년에 3·13 밀양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봉삼(1907∼1933) 선생은 1919년 3월 학생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같은 학교를 퇴학당했다. 이후 의열단 단원이었던 형제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펼치다 옥고를 치른 후유증으로 순국했다.

▲ 15일 오전 10시에 열린 밀양초등학교 109회 졸업식에서 독립운동가 고 김상득·한봉삼 선생이 명예 졸업했다. 이날 한봉삼 선생 조카며느리인 조현주(오른쪽에서 넷째) 씨를 비롯해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왼쪽에서 셋째), 박일호 밀양시장(오른쪽에서 둘째)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경남도교육청

밀양초교 독립운동가 명예졸업장 수여는 지난 2018년 약산 김원봉 선생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의열단장,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교장, 민족혁명당 총서기, 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낸 약산 김원봉(1898∼1958) 선생 졸업장은 지난해 2월 밀양초등학교 108회 졸업식(개교 120주년)에서 약산의 막냇동생 김학봉 여사가 받았다.

올해 김상득·한봉삼 선생에게 명예졸업장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이기종 밀양초교 교무부장과 최필숙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부소장의 도움이 컸다. 이들은 학교 자료를 모두 뒤져 3·13 밀양 만세운동 당시 밀양공립보통학교 전교생(1~4학년) 160명의 졸업대장을 확인한 결과 140명이 3·13 밀양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1919년엔 한봉삼 선생을 포함한 학생 59명 중 아무도 졸업장을 받지 못했으며, 다음 해에는 38명 중 5명, 35명 중 8명만 졸업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필숙 부소장은 "당시 전교생이 160명이었는데 13명만 졸업대장이 확인됐다. 퇴학당했던 학생들이 다음해에 다시 입학했는지 안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도교육청에 자료 보존을 위해 DB 작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적부를 찾아내 정부로부터 서훈받은 밀양초교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명예졸업장을 받는 날까지 자료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해 독립투사 김원봉 장군의 명예졸업장 수여에 이어 오늘 김상득·한봉삼 두 분의 독립운동가에게 명예졸업장이 수여돼 아주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올바른 역사의식은 미래교육의 뿌리로, 역사교육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일호 시장은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일 뿐 아니라 의열단 창단 100주년인 것을 기억하자. 졸업생들은 독립운동을 했던 선배들처럼 각자 개성을 잘 살려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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