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일정치 않고 잠복 잦아
승진시험 준비할 여력도 없어
"사명감 갖고 일할 환경 필요"

경찰 마약반 5인방이 범인을 잡으려고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이 된 내용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흥행하면서 사복 경찰관 '형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 인력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두터워지면서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잠복도 해야 하는 외근직 형사 지원자를 찾기 쉽지 않다. '고생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경찰 승진제도도 젊은 경찰의 형사 기피 원인으로 꼽힌다.

◇후배 잡기가 범인 잡기보다 어렵다? =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방화) 발생 건수는 2013년 1368건에서 2017년 1260건으로 줄었다. 검거율은 2013년 90.8%(1242건)에서 2017년 97.8%(1232건)로 증가했다. 전국 강력범죄 검거 건수도 2013년 2만 3938건에서 2017년 2만 633건으로 늘었다. CCTV 확대와 과학수사 발전으로 범인 검거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30년 경력 ㄱ 형사(경위)는 "예전에는 용의자를 검거하려면 동사무소를 찾아 주민등록 발급 때 붙여둔 사진을 떼서 일일이 탐문 수사했다. 지금은 전산으로 다 확인 가능하고, 휴대전화·신용카드 사용을 추적해 동선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잠복 후 범인을 검거한다"고 설명했다.

예전과 비교해 외근직 형사 업무환경은 개선됐지만, 일부 경찰서에서는 형사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ㄱ 형사는 "형사 지망생이 많아 트레이닝을 해보고 기질이 다분한 경찰을 선택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다수 후배 경찰이 근무시간이 명확한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는 "후배 형사 잡기가 범인 잡기보다 어렵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예전보다 잠복과 노동 강도가 줄었다고 하지만 늘 긴장의 연속이다. 쉬어도 퇴근은 없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직업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뷰티풀 라이프'의 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 경찰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범인을 잡고자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스틸컷

◇고생한 만큼 보상은 따르지 않는다? = 지난 2017년 창원 골프연습장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한 후 창원서부경찰서 형사팀은 2주 이상 잡무 처리, 잠복, 분석 근무를 반복했다.

ㄴ 경사는 "살인 사건 등 큰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하고 의자에서 잠시 쪽잠을 자는 업무의 연속이다. 속옷도 못 갈아입고 지내지만 사회적으로 형사니깐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승진자의 절반을 시험으로 뽑는 경찰 인사제도도 형사 기피 현상 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 승진은 근속·심사·시험(근무 평점 40%·시험 점수 60% 반영)·특진으로 나뉜다. 근무평점이 낮으면 시험을 통해 승진할 기회가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현장에서 발로 뛰는 형사들에게 승진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ㄷ 경감은 "형사 지원자가 없어 선배가 학연, 지연 등 인맥을 활용해 후배를 설득한다. 선배와 의리로 외근직 형사를 하는 젊은 경찰도 많다"고 했다. 외근직 형사 기피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창원중부·김해중부·마산동부·진주경찰서 등 사건이 많은 경찰서에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티앙' 류근창 회장은 형사들이 사명감 하나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외근 형사가 승진시험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파출소에 근무한 동기가 한참 앞서 승진하는 것을 볼 때 박탈감은 회의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인권이 강조되면서 범인 검거에도 최소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업무 부담과 시간은 가중된다. 사비를 털어가며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은 물론 형사들이 승진 부담없이 사명감 하나만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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