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까지 따라붙어 협상 방북단 열정에 북측 'OK'
15분 내외 시간에 끈질긴 노력
사격선수권 창원시 호의 한몫

4월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 확정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 스포츠 교류에 새 역사를 쓴 창원시. 창원시는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 밀집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만에 하나 한국전쟁이 재발하면 북한군 제1 표적지는 창원이 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예삿일이 아닌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창원시가 정부도 광역도 아닌 기초지방자치단체라는 한계에도 남북 스포츠 교류에 새 장을 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역경에도 끊지 않은 교류의 끈 = 창원시가 이번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18년 동안 통일단체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진 북측과 인적·정신적 유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는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이하 6·15경남본부)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뜻을 기려 이듬해인 2001년부터 해마다 가을에 창원통일마라톤대회를 개최해 온 게 주효했다. 6·15북측·해외측위원회는 첫 대회부터 지난해 18회 대회까지 매번 '축전'을 보내오고 있다. 창원에서는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응원, 2007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개최 등 스포츠 교류 경험을 축적해왔다. 아울러 우리겨레하나되기 경남운동본부, 하나 됨을 위한 늘푸른 삼천,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등 단체가 북측과 경제 교류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써 왔다.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14일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가'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에 남측 인사만 250여 명이 참여했는데 남북 교류 관련 실질적인 성과물을 가져 온 건 창원시밖에 없다"면서 "이는 18년간 지속해 온 창원통일마라톤대회와 다방면으로 이뤄진 경제적·인적 교류 협력이 가져 온 쾌거"라고 설명했다.

▲ 허성무 창원시장이 1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4월 7일 평양마라톤대회 참가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창원시

◇대회 참가 협상 막전막후 = 그렇다고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가 그냥 이뤄진 건 아니다. 대개 협약서(의향서)는 애초 양측 간 큰 틀에서 기본적 합의를 이룬 후 고위 당국자가 만나 최종적으로 서명을 한 후 교환을 함으로써 효력을 발휘한다. 허성무 시장과 6·15경남본부 측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에서 열린 6·15정책 협의 때 북측이 한 구두 초청 '제안'만 믿고 이를 근거로 합의 시도에 나섰다.

남북 참가자 공동 일정이 있다 보니 북측 관계자와 만남을 배정받은 시간은 고작 10~15분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기에 매우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마저도 북측이 일정을 이유로 시간 약속을 계속 미뤄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에 허 시장과 6·15경남본부 인사들은 북측 관계자를 만나려 식당까지 따라가 식사 중인 식탁에서 의향서 문구와 초청 인원 등 관련 협상을 벌였다.

이때 북측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인 건 허 시장의 존재였다. 지난해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때 북측 선수단에 창원시가 다방면으로 베푼 호의를 북측 인사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허 시장은 북측 인사와 면담에서 대회 참가에 창원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타 지자체에서는 단체장이 참석한 예가 드물어 직접 금강산까지 와 성심껏 협의에 나선 허 시장에게 북측 관계자들이 큰 감명을 받았다는 게 김영만 상임대표 설명이다.

허 시장은 북측이 보인 호감을 발판삼아 대회 때 창원지역 기업 관계자 동반 초청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남북 유소년 '평화사격대회' 개최, 남북 사격선수단 공동 동계전지훈련 등을 제안해 긍정적인 검토와 앞으로 협의를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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