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해석 제각각
총리실 검증단 구성 유력
정부 "확대해석 자제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언급하면서 기존 국토교통부가 고수해온 '김해공항 확장을 통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의 추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동안 경남·부산·울산 광역단체장들의 국토부를 향한 끊임없는 정책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어서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대개조 프로젝트' 참석차 부산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 자체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의중이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국토부 안대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발언에서 대통령이 경·부·울 단체장들이 요구해온 국무총리실 검증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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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공항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대통령이 사실상 '동남권 신공항 새 입지 선정'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부산시는 이날 경제인 오찬장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하게 브리핑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바(가덕도 신공항)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환호했다.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 을) 국회의원 역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대통령의 발언은)필요하다면 전면 재검토, 정책변경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부울 공동검증단'은 김해공항 확장을 통한 신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심각한 안전사고 위험과 소음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확장성 부재로 동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환경파괴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부울 공동검증단은 곧 도출할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무총리실에 검증단 구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점상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언급을 사실상 '김해공항 확장 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를 같이해 부산은 물론 경남 김해·거제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하나로 뭉쳐 대대적인 '김해신공항 반대, 동남권관문공항 건설 100만 국민청원운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1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김해공항은 현 공항으로 유지하되, 새로운 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되고 안전성과 확장성이 보장되는 후보지에 건설하라"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관련 발언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자제해달라는 당부 목소리가 정부에서 나온다. 지난 14일 도지사 공백 상태인 경남도청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자 경남을 방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5개 광역 시·도가) 토론해 보라고 하신 것인데, 부산시는 (동남권 신공항 새 입지 선정을)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다른 지역(대구·경북)에서는 반발하는 등 워낙 민감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국가의 갈등관리 수순에 따라 진행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부울경 검증단이 도출한 '김해공항 확장 문제의 부당함'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찾고자 국무총리실 검증단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후 국토부의 현 계획을 수정·보완해 김해공항 확장안을 강행할 수도 있고, 동남권 신공항 새 입지를 다시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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