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분서주하다 갑작스레 가족 곁을 떠나 참담"

정계환(81)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9시 특발성폐섬유화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3년 9월 12일 해일과 함께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덮쳤다. 신마산 일대에 밀려든 바닷물과 부두에 쌓여 있던 원목들이 인근 건물 지하로 쏟아져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아들 시현(당시 28세) 씨와 며느리가 될 예정이던 서영은(당시 23세) 씨를 함께 잃었다.

이후 그는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장을 16년째 맡아 사고원인 규명, 재발대책을 요구하고 희생자 추모 사업을 펼쳐왔다. 이 같은 노력은 희생자 2주기 추모식이 열린 2005년 9월 12일 사고 현장에 희생자 위령비로 남았다. 항만 일대에 적재해놓았던 원목도 사라졌고, 참사 15주기던 지난해 마산만에 방재언덕이 준공했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족회는 해마다 추모제를 열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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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환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장 생전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유족회가 지진과 재난을 대비할 수 있게 요구해온 국민안전체험관도 2020년 3월 합천군에 개관할 예정이다. 국민안전체험관은 기존 재난위주 안전체험관과 달리 실제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실생활에서 위해요인과 대처능력을 키우고자 추진 중인 안전체험시설이다.

아들 정시영(43) 씨는 "아버지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부지런한 분이셨다. 1만 명 서명운동이나 추모식 등을 알리고자 동분서주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가족 곁을 떠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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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풍매미추모공원에서 열린 ‘태풍 매미 희생자 15주기 추모제’에서 참석한 정계환 유족회장(왼쪽)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정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함에 따라 매미 희생자 유족회 재정비도 해야 한다. 시영 씨는 "추모사업회는 별도 회장이 있으나 유족회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셔 공석이 됐다. 유족회는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며 "매미 희생자 추모식 등은 유족으로서 주도적으로 올해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른 시일 내에 논의해서 유족회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빈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연세병원 장례식장 302호(전화 055-223-1000). 발인은 18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창원시립마산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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