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이전 재심청구 예고
"기망에 의한 협약 증거 추가…
토지 소유도 재단 아닌 3자"
'문화유산 계승'초심 복원되길
"고향 의령 자랑하며 눈감고파
세계관정과학상 창설 계획도"

경남 의령 출신으로 삼영화학그룹 창업주이자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설립자인 이종환(96) 이사장은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국내외에서 경영 및 장학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 의령 생가 소유권을 놓고 의령군과 분쟁 중이기도 한 이 이사장을 만나 그 경위와 해법을 들어보고 전 재산 사회 환원으로 1조 원 규모 장학재단을 설립해 이룩한 성과 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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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님 의령 생가를 놓고 의령군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법원 판결도 있었지만 의령군은 애초 협약대로 기부채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문제는 2011년 당시 김채용 의령군수가 생가 복원과 관련한 의령군과 관정재단 사이 협약서를 기망으로 작성하게 한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일부 부지의 용도변경을 위한 명분용이라고 속이고 의령군수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협약서에 생가의 기부채납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실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에 재단 실무자가 넘어가 위에 보고도 없이 일반 사용 도장을 무단 날인해 준 것입니다. 이렇게 작성된 협약서를 근거로 의령군청이 경남도청으로부터 건축허가 승인을 받았다면서 공사를 진행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1년 반 후 준공 신청을 했을 때였습니다. 의령군이 갑자기 이 협약서에 기부채납 조항이 있다면서 그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서였습니다. 협약서 날인 당시 그 실무자는 치매 증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경질하려고 할 때였는데 그런 기망에 쉽게 넘어가게 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는 생가 복원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의령군은 형식상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이 협약서를 근거로 2017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 이전 이행판결을 받아 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협약서가 기망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협약서의 불법성에 대한 법원의 중대한 판단 누락과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어떤 건가요.

"본래 기부채납은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 국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와 그 지상 건물일 경우 개발자가 용도변경 허가를 일부 받았다 하더라도 20년 이내의 일정한 개발비 보상 보장 기간이 지난 후 공용 또는 공익을 위해 내놓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정생가 협약서는 사유지 개발인데도 개발비의 보상 보장 기간 없이 무조건 즉각 100% 모두를 기부채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련 법의 기부채납 조항 위반입니다. 당시 의령군수가 협약 당사자인 관정재단에 제대로 알려야 할 책무를 유기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협약서에 날인해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도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기망에 의한 지방정부의 국민재산 탈취행위이고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호와 과잉금지원칙도 정면으로 위배한 것입니다. 따라서 원천무효입니다. 재심 청구를 통해 바로잡도록 할 것입니다."

▲ 서울대가 의령에 세운 송덕비. /경남도민일보 DB

-의령군은 기부채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까지 한 것으로 아는데요.

"의령군이 관정생가 때문에 손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2013년 12월 31일까지 본 사업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협약서는 무효화되고 손해배상도 서로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꼭 이 규정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사회를 위해 내놓은 사람에게 생가마저 내놓지 않는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법 이전에 인간적 도리로 볼 때도 나라나 지방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또 기부채납을 그대로 이행하려 한다 하더라도 법률상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이행 명령을 받은 관정교육재단이 생가와 토지 소유자가 아니고 처음부터 제3자 소유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의령군이 계속 같은 주장을 한다면 역사에 오명으로 남게 될 생가를 차라리 즉각 헐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사장님께 의령 생가가 지닌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1948년 정부 수립에 즈음해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자굴산 물을 먹고살았던 고향 땅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 531번지 일원에 생가를 복원한 것입니다. 총 대지면적 2320평(7700㎡)에 안채·사랑채 등 6채 가옥과 1300여 평(4290㎡)의 정원 등은 사대부가의 고유 전통 명물로 지어졌습니다. 2012년 11월 11일 준공했으니까 올해로 7년이 됩니다. 이 생가는 나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 줄 수 있는 공간이어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조금이나마 위안받게 합니다. 이런 개인적 의미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제대로 된 전통문화유산을 남기고 백수를 바라보기까지 나름대로 힘껏 펼쳐온 호연지기의 정신을 물려준다는 사회적 의미도 크다고 봅니다."

-의령군과 군민, 이사장님과 재단 모두가 상생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정생가 복원의 본 목적을 살리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령군민이 새로운 좋은 방안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정생가 소유와 유지·관리 책임은 그대로 두되 교육·관광자원으로서 활용은 의령군과 군민들께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같은 게 있다면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0억 원이 넘는 돈을 의령군을 위해 써왔고 앞으로 더 큰 계획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의령고에 장학금과 학습보조금으로 8억 5500만 원을 기부했고, 의령여고 등 다른 학교에도 장학금 3억 200만 원, 또 의령복지마을에도 10억 2500만 원 등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관정교육재단을 통해 세계 1등 인재를 계속 육성하면서 노벨상을 능가하는 세계관정과학상도 창설할 계획인데 바로 그런 사람이 의령군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눈을 감고 싶습니다."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한 이유와 그간 성과가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각자 꿈을 이루고자 온 세계로 나가 마음껏 공부하고 거침없이 매진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기업 인생 60여 년 동안 남보다 덜 자고, 덜 먹고, 덜 쓰면서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2000년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하고 그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의 1조 원 장학재단으로 우뚝 서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재단 장학금으로 8500여 명의 국내외 관정장학생을 배출했습니다. 이 중 450여 명은 이미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당장 노벨상도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학문 연구를 나라 안팎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4년 전 서울대에 600억 원을 기부해 신축 헌정한 서울대 관정도서관은 세계 최첨단 도서관으로서 세계적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대학도서관 관계자 3000여 명이 시찰을 하고 갔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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