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고 3학생들이 더 인권친화적인 학교가 돼 달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체감했던 바를 후배들과 모교를 위한 바람으로 밝힌 것은 기특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학생인권과 관련해서 갈 길이 먼 현실과 이것을 당연시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일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이참에 학교의 비민주적인 요소나 학생인권조례에 맞지 않는 요소들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소양을 닦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자보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청소년행동분과 '조례만드는청소년'이 주축이 됐고, 이에 동의하는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 김해 분성여고 졸업생 50여 명은 졸업해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졸업을 하기 전에도 자유이고 해방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 생활평점제, 교문지도 등의 문제점을 제기해 이를 없애는 데 힘을 보탰다고 자신들을 평가하며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들의 힘으로 일궈낸 변화를 경험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기성세대는 학교생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경우가 많다. 억압과 성적지상주의, 교련, 용의단정을 빙자한 구태의연한 구타와 선배들의 갈굼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학생들의 인권은 아예 들먹일 수 없는 구조였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학생들이 억압을 느끼고 있다면 지난 세대의 관념과 잔재가 여전히 학교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방증이다. 지금 학생들은 기성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며 억압적 잔재가 이어지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비인권적인 요소들을 없애 나가야 한다. 학생들이 비인권적 요소에 대해 요구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참여와 의사를 막고 관리만 하려 해서는 학생 인권 보장의 길은 멀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학생자치권을 주고 스스로 규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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