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 설 자리가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타격 줄일 장치는?

"이번 설엔 선물세트를 하나도 안 주더라."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돈벌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나온 말이었다. 주인공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줄곧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온 친구였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일하고 있는 두 가게에서 지난번에는 받았던 명절 선물세트를 올 설에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아르바이트생 친구 몇몇이 "나도 못 받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몇 마디가 더 오가고, 결국 이야기를 꺼낸 친구가 "하긴, 안 자르고 최저시급 챙겨주는 게 선물이지" 하자 쓴웃음만 남기고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아르바이트생들이 들떴던 때가 불과 2년 전인데, 해가 바뀔수록 기대는 씁쓸한 실망이 되어 돌아왔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게 된 탓이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근무시간을 조정 당하거나 아르바이트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매년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를 찾아 일했던 친구들이 "요즘은 알바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포기선언을 했을 정도다. 그나마도 열 곳에서 면접을 봤더니 한 곳에서 연락이 오는데, 최저임금은 맞춰줄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고 한다.

상황이 답답하기는 고용주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와중에 임대차계약 문제가 덮치고 소비자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으니 임금을 지급하는 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지급해야 할 임금이 사실상 1만 원이 넘으니 근로자 고용에 인색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자연히 자영업자들의 고용 전략도 변화했다.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조정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2~3시간 동안에만 고용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아예 노동자를 쓰지 않기로 한 사장도 있다. 무인정산기도 점점 흔해지고 있다. 이제 대학가 피시방에는 아르바이트생 대신 무인정산기가 자리 잡았고, 인근 피시방 두세 곳을 오가며 기계를 관리할 사람을 한 명만 고용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 아래서 힘을 얻은 최저임금 상승이 반드시 아르바이트생들의 소득증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알바 쪼개기'와 '메뚜기 알바'라는 단어의 탄생이 최저임금법과 그 대상자들 간의 마찰을 보여준다.

명절을 앞두고 명절 선물세트나 떡값을 챙겨주며 인심을 나누는 우리 문화는 고용주가 인심을 베풀고 근로자는 동기부여를 하며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어왔다. 그러나 법정 시급을 만족시키고 나면 주머니가 얇아지는 영세업자들로서는 노동자들에게 인심 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경제적 여유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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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직접 받는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한 고용주들이다. 임금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매달 소득에 생계가 달린 저소득층은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최저임금법이 이들의 소득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인 만큼 최저임금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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