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내달 정부사업 신청…선정 땐 국비 140억 원
기운 잃은 터에 '복합문화공간 조성'등 탈바꿈 기대

자물쇠가 채워져 굳게 닫힌 철문, 곳곳이 파인 천장, 칠이 벗겨진 페인트.

지난 13일 오후 찾은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동남전시장의 풍경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돼 보였다. 이곳에서 경비 업무를 하는 유창진(67) 씨는 "몇 년 전 그나마 있던 식당까지 옮겨가면서 사람 보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경남도나 창원시에서 찾는 공무원 이외에는 아예 인적이 뜸해 밤이 되면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시관으로 통하는 계단 주위는 잡초가 무성했고, 전기나 수도도 아예 사용하지 않아 안내판을 보기 전에는 용도를 알기도 어려웠다.

이곳은 우리나라 근대 산업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한때 컨벤션센터 역할까지 담당했던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전시장이다.

1982년 기업·근로자들의 산업발전과 복지를 위한 회관으로 건립된 전시장은 부지만 3만 2894㎡(약 9950평), 건축 면적만 8654㎡(2618평)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건물은 본관, 동관, 서관(체육관), 관리동 등 4개로 구성돼 있으며, 1989년 10월 본관이 증축됐다.

본관을 증축한 후에는 산업전시장이나 기업체 행사장으로 활용되다, 2005년 인근에 창원컨벤션센터가 문을 연 뒤 산업전시 행사가 열리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전시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매각 무산으로 사실상 방치 = 동남 전시장은 2008년 12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매각대상 자산으로 선정됐다.

소유주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은 매각이 쉽도록 2009년 11월 12일 사회복지시설 용도도 폐지해 2010년 7~8월 2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계속 유찰됐다. 2013년 LG전자가 동남전시장 매입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매각은 급물살을 탔다. 산단공, 창원시, LG전자는 2013년 8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산단공이 규정에 따라 감정기관에 의뢰해 재산정된 매매가격을 제시했고 LG전자와 갈등을 빚었다. 1년 가까이 산단공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LG전자는 2014년 6월 매입계획을 철회하고, 가음정동 1공장 내에 R&D센터를 건립했다. 2015년 산단공은 동남전시장을 더는 민간기업에 매각하지 않고 자체 운용하기로 했다.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 첫발 = 민선 7기 출범 이후 김경수 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이 전시장 활용방안을 두고 관심을 보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남도가 지난해 말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기업 등을 한데 모으는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 계획을 밝히자, 창원시 허성무 시장도 "관련 부서들에서 적극적인 협조방법을 찾아주시길 바란다"며 화답했다.

지난 1월 열린 경남경총 조찬세미나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창원공단 내 대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해달라는 한 기업의 요청에 "동남전시장은 위치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창원국가산단에서 요긴한 곳이어서 창원시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창업과 관련해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이나 사회적경제혁신타운, 대기업 R&D센터 등도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향까지 검토해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12일 정부가 2019년도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사업 시행계획 공고를 함에 따라 경남도도 3월 중 사업신청을 할 예정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약 14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전국 2곳에 사회적경제혁신타운을 조성하며 사업비는 국비 50%, 지방비 50% 비율이다.

경남도 김기영 일자리경제국장은 "정부 사업 공모와 더불어 동남전시장 활용법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면서 "차근차근 준비한 만큼 혁신타운 선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도 "부지가 넓어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이외에도 산단공 자체 시설도 입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산단공도 조만간 확정 예정인 스마트산업단지 선도산단 선정과 관련해 경남도, 창원시와 협력해 창원산단 입주기업의 혁신과 노동자 친화공간을 조성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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