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삼성교통 파업 중재안 사실상 거부…역할범위 모호

진주 삼성교통 파업이 26일째(15일)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재에 나선 진주시 시민소통위원회 무용론이 나온다. 삼성교통과 시에 중재안을 전달했지만, 소통위 역할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시민소통위는 조규일 시장 공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출범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정발전을 도모하고 시책 추진에 시민 뜻을 반영해 공감과 소통의 참여시정을 실현하겠다는 게 출범 이유였다.

조 시장은 "각종 사업 추진과정에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쓴소리와 아낌없는 질책을 당부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시민들의 의지와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소통위에서 잘 담아내 주기를 주문한다"며 소통위에 힘을 실었다.

의욕적인 출범과 달리 소통위가 첫 사업부터 벽에 막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소통위는 첫 사업으로 삼성교통 파업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삼성교통 노조와 경영진을 만나 의견을 조율했고 △재정보조금 우선 지급 △표준운송원가 적정성 검토 등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통위는 진주시 관계자와 면담 이후 양측이 만나 대화하라는 정도의 중재안을 내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소통위는 '진주시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용역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삼성교통은 이에 참여해 소통의 장이 되도록 수용해주길 바란다. 참여 대상은 진주시와 소통위·시의회·버스업체 대표·전문가 등으로 한다'는 내용의 최종 중재안을 시와 삼성교통 측에 지난 1일 통보했다.

중재안에 대해 진주시는 열흘 넘게 답변을 미루다 최근 '일부 업체의 반발도 있어 소통위원회만 참가하는 중간보고회를 열겠고, 이해관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자리는 파업을 자진 철회한 이후에 만들어 주길 요청한다'고 소통위에 통보했다.

소통위 내부에서는 시가 사실상 거부 태도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소통위원은 "대화에 나서라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시에서 거부한 것을 보면 무력감과 자괴감이 든다.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소통을 강조하는 시장 의지에 따라 소통위가 출범했고, 첫 중재라는 데 기대를 했는데 한계를 느꼈다. 소통위가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14일 진주시의회 기획문화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예산과 업무보고에서도 소통위 역할이 논의됐다.

허정림 위원장은 "소통위가 중재안을 냈는데 한계점과 역할이 어디까지냐"고 물었고, 정중채 과장은 "시정에 대한 의견 수렴과 자문활동을 하는데 아직 완전하게 구성되지 않았다. 여론에 떠밀려 활동에 나서다 보니(역할이 원활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허 위원장은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냐. 첫 중재안인데 시에서 거부하면서 (소통위가) 무용지물이 됐다"라고 지적하자, 정 과장은 "(위원들이) 전문가가 아니므로 사전에 설명이 필요하다. 안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소통위는 소통 창구는 되겠지만 갈등 해결 기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통위는 오는 18일께 전원회의를 열고 뜻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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