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모색 위탁교육기관 첫 수료생·학부모를 만나다
올해 수료생 13명 배출 "시집·요리책 출간 성과"

지난해 3월 개교한 창원자유학교, 경남에서 처음 시행한 고교 자유학년제 학교다. 서울 오디세이학교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원적 학교를 두고 위탁교육기관 창원자유학교에서 1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교과와 함께 철학, 체험활동 등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체계다. 학생들은 1년 후 원적 학교로 돌아가 2~3학년을 이어간다.

지난 12일 창원자유학교 첫 수료생 13명이 배출됐다. 처음 입학할 때는 16명이 참여했지만 3명은 중간에 원적 학교로 돌아갔다.

창원자유학교는 지난해 12월 말 정원을 채우지 못해 오는 15일까지 2차 모집을 한다.

기대와 걱정 속에 1년 생활을 마친 학생, 학부모를 만나 창원자유학교는 어떤 곳인지 들었다. 지난 11일 오후 5시에 창원자유학교 교무실에서 류태원, 육나은, 안선아, 김수빈 학생과 육나은 학생 어머니 윤선옥(40), 안선아 학생 어머니 송주희(45), 김수빈 학생 어머니 신은아(44) 씨를 만났다.

▲ 고교 자유학년제 학교인 창원자유학교 수료생과 학부모들. (왼쪽부터)류태원 군, 윤선옥(육나은 양 어머니) 씨, 육나은 양, 송주희(안선아 양 어머니) 씨, 안선아 양, 김수빈 양, 신은아(김수빈 양 어머니) 씨.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왜 창원자유학교를 선택했나?

"중학교에 창원자유학교 선생님이 설명회를 왔다. 여기 가면 꿈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보자' 하고 왔다."(류태원 학생)

"처음에 엄마가 소개해줬다. 다양한 체험활동도 할 수 있고, 학교에서 쉽게 못 배우는 걸 가르쳐준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다." (육나은 학생)

"엄마가 추천했지만, 처음엔 반대했다. 원적 학교에 입학한 지도 얼마 안됐고, 공부 걱정도 됐다. 그런데, 특별한 꿈과 목표가 없어서, 이대로 고등학교 가봤자 동기 부여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안선아 학생)

"친구 나은이가 영업(?)을 했다. 혼자서 갈 수 없다고. (웃음) 처음에는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원적 학교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애들이 입학하자마자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푹 자지 못해서 힘들었다. 친구가 말한 이 학교가 생각났다." (김수빈 학생)

▲ 창원자유학교 수업 모습. /창원자유학교

- 자유학교가 문을 연 지 첫해라서 걱정, 불안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창원자유학교에 간다고 하니, 가족이 반대를 많이 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 가는 학교 아니냐고, 왜 그런데 보내려고 하느냐고 했다. 지내봐야 안다고, 가족을 설득했다."(육나은 학생 어머니 윤선옥 씨)

"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학교 근처에 사는 동생이 '여기 대안학교 같은데 문제 있는 애들이 온대'라고 말했다. 그래서 '거기에 네 조카 들어가거든?'이라고 했다. 1년이 지났지만, 그런 인식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입학할 때 트러블이 많은 친구도 있었다. 의지, 열정 없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알고 온 학생도 있는 것 같았다. 원적 학교에서도 공부해야할 시기라며, 이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나를 설득하기도 했다."(안선아 학생 어머니 송주희 씨)

▲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창원자유학교 학생들. /창원자유학교

- 일반계 학교와 교육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잘 선택했다고 느끼거나, 좋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오후 4시 반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탈 때 쾌감을 느꼈다. (웃음) 수업을 좀 따라가지 못해도 여쭤볼 수 있는 선생님 4분이 가까이에 있어서 좋았다."(김수빈 학생)

"선생님들이랑 교무실이 좋았다. 이전 학교는 뛰어다니다가도 교무실 앞은 조용히 지나갔다. 얌전히 해야 하고 불편한 공간이었던 교무실이 편안해졌다."(안선아 학생)

"선생님을 대하는 데 벽이 없어졌다. 그전에는 궁금해도 선생님께 잘 물어보지 못했다. 이제 선생님뿐만 아니라 사람을 좀 편하게 대하게 됐다. 그전에는 처음 본 사람에게 말도 잘 못 걸었는데, 요즘은 가까이 가서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게 됐다."(육나은 학생)

▲ 창원자유학교 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창원자유학교

- 앞으로 입학할 신입생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 동아리를 하면서 시집 한 권을 냈다.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쭉 밀고 갈 수 있는 하나를 찾아갔으면 한다."(김수빈 학생)

"아이를 믿어만 줘도 자기가 계획한 대로 마무리를 짓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기다려주면, 자기 속도에 맞춰서 잘 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해나갔으면 한다."(김수빈 학생 어머니 신은아 씨)

"여기서 우리 아이의 밝음을 얻었다. 후배들이 여기가 도피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학교 가기 싫고, 애들이나 선생님이 싫어서 쉬고 싶어서 오는 곳이 아니다. 일반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도전할 기회가 있는 곳이다. 믿음, 열정을 가지고 많은 것을 얻어갔으면 한다."(육나은 학생 어머니 윤선옥 씨)

"개인 요리책도 냈다. 행복마을학교 수업 열심히 하면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말 큰 꿈을 가지고 와서 해내겠다는 생각을 안 가졌으면 한다. 정말 큰 꿈은 진짜 그냥 꿈이다. 자기한테 맞게 실현할 수 있는 꿈을 키워갔으면 한다."(류태원 학생)

▲ 창원자유학교 행복마을학교 연계수업(제빵) 모습. /창원자유학교

☞ 창원자유학교는?

창원자유학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창원예술학교에서 수업을 한다. '지혜의 바다' 도서관 옆에 있는 건물에 창원예술학교, 행복마을학교, 창원자유학교가 있다.

창원자유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했다. 공립학교 교사 4명이 학생을 가르친다.

학생들의 내면을 키우는 1년 과정을 마치고, 2학년부터 원적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하는 체계다. 이 때문에 원적 학교로 돌아가서 적응하는 문제 등이 우려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진영욱 창원자유학교 교사는 "소수 학생들과 교사가 밀착해서 생활해 학생들의 내면 모습을 더 쉽게 발견한다. 직접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활동이 많아 학생이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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