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예회관 〈의기〉 내달 초연
진주 기생들 독립만세운동 소재
주·조연 배우 일반 시민이 맡아

구한말 을사오적을 꾸짖고 자결했던 기생 산홍(山紅). 그의 이야기가 지역민의 손으로 재탄생한다. 창작뮤지컬 <의기>다.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공연예술 BOX 더플레이(이하 더플레이)가 공동제작했으며 최종 완성작을 내달 8·9일 진주에서 초연한다. 100년 전 기생과 걸인이 주축이 돼 "독립만세"를 외쳤던 진주. 그곳에서 펼쳐질 무대가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기>는 진주 기생들의 독립만세운동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와 fiction 합성어) 뮤지컬'이다. 기획은 물론 극본·작곡·연출·연기까지 지역민이 주체가 됐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난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지역 공연예술 창작 활성화 차원에서 더플레이와 손을 잡았다. 창작뮤지컬 제작에 도비가 투입됐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주·조연 오디션을 진행했다. 창원·진주·하동 등지에서 지원자 20명이 몰렸고 서류·면접을 거쳐 4명을 선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작품 주요 장면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완성도는 아쉬웠지만 지역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극본을 쓴 박진용(42) 예술감독은 2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했다. 박 감독은 "진주만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기생 산홍을 알게됐다"며 "을사오적 이지용의 첩이 되길 거부한 산홍과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해 체포된 기생들의 삶을 그렸다"고 말했다.

▲ 지난해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창작 뮤지컬 <의기>. /경남문화예술회관

출연진은 배우 15명, 악기팀 11명, 스태프 20명 등 40여 명으로 젊은 층이 주축이 됐다. 지역에 뮤지컬 관련 학과가 없고, 전문 극단과 배우가 없다 보니 참여자들은 '맨땅에 헤딩'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번에 뽑힌 주·조연 배우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

박 감독은 "독립만세운동은 기득권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이끌었다. 거기에 의미를 둬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진행했다"며 "또 재능있는 배우들을 양성·발굴하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교방 검무와 진주 오광대 팔선녀 춤, 비보이 군무 등도 선보인다. 전통의 멋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뮤지컬 공연인 만큼 음악에도 신경을 썼다. 서정적인 선율과 화려한 브라스 음색이 돋보이는 국악 가락이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예매를 진행한다. 공연 시간은 3월 8일 오후 7시 30분, 9일 오후 3시다. 1인 2매 예약 가능하다. 지난주 예매가 시작됐으며 현재 예매율이 높은 편이다. 문의 1544-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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