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류층의 사교육 전쟁을 풍자한 드라마가 유례없는 시청률을 기록하여 화제다. 극은 물질적 성공과 출세에만 눈이 어두운 부모들과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입시 지옥 속에서 허물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소름 끼치는 현실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란 의견이 팽팽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들을 입시 지상주의의 감옥에서 구출하여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쟁쟁했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는 시대에도 우리 사회의 교육은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다. 공교육을 강화하여 교육불평등의 세습을 막겠다는 구호는 허공에서만 맴돌 뿐 현실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세상에 오로지 점수와 실적만 챙기다 보니 다양한 재능을 발굴하고 능력을 키우기는커녕 편협한 사고와 이기심만 부추기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창원에서 초중고 학생들이 자기들이 사는 지역사회를 스스로 탐구하고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마산 해운중학교 학생들은 창동 도시재생 지역의 골목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대본을 쓰고, 소품은 물론 음향과 조명, 무대까지 직접 제작하고 연기와 노래를 소담하게 소화해냈다. 마산 해운초등학교 학생들은 고운 최치원의 족적을 따라가며 글을 배우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를 훌륭히 그려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취미를 살려가며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렸으니 아이들은 행복하고 어른들은 뿌듯한 산 교육이라 하겠다. 창원교육지원청과 창원시에서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 상호존중의 문화를 만들고자 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것인데 그 울림과 영향이 매우 크다.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와 청소년들을 삼키는 거대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고 아이들을 주체적 인간으로 키우는 교육의 본질은 왜곡되고 있다. 한꺼번에 못 바꾸더라도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행복한 교육을 모색하는 시도는 아까울 게 없으니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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