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취득 때 이수 필수
교육 지침 없어 업무 한계
정부 "검토해 체계 갖출 것"

병원에 실습 나간 학생들이 잡무에 동원돼 현장실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창원 한 병원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는 김모(19) 양은 간호실습 대신 각종 잡무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실습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할 교육청 역시 현장실습 운영 실태를 파악할 당시 사전 공지를 하고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은 "현장점검은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이뤄진다. 사전에 일정을 알려주고 현장점검을 진행하게 되면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겠느냐"며 "병원실습을 와 잡무만 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실습이 필요하지 비품 정리를 위해 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성화고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필수로 이수하는 병원실습은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중심 현장실습은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현장실습 선도기업'에서만 가능한데 병원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이 때문에 학교가 직접 병원을 선정해 협약을 하고 병원실습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자연스레 학생을 실습생으로 받아주는 일부 병원 입장을 받아줄 수밖에 없어 병원 측에 시정요구도 하기 어렵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간을 충족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에 병원은 별도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밝힌 시간은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지정·평가를 받은 교육기관이 위탁한 병원에서 780시간 실기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현재 병원실습 교육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은 없다. 실습생을 받는 의료 기관은 학생들이 병원 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등을 담은 지침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양이 일하는 병원 관계자는 "학생들과 함께 일해보니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행위를 직접적으로 가르치기 어려워서 병원 분위기를 배우거나 비품 정리를 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해야 할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병원 간호사는 "학생들이 실습을 나오면 혈압 체크 등 간단한 업무를 지시하는 편이다. 환자를 살피면서 옆에 실습생을 두고 설명도 덧붙이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일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장실습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습생으로 나가는 학생들 처지에서는 하나라도 더 배울 기회를 원하겠지만 병원에서는 또 다른 업무가 된다고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병원 현장실습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격증 응시생들에게 어느 정도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정부 차원에서 고민 중"이라며 "간호교육학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체계를 갖춰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고 의료기관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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