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과 사업 겹쳐 구조조정·납품위기 뻔해"
협력업체 노조, 합병중단 요구
대우노조, 범대위 구성 박차
거제시도 대책위 참여 의사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지역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거제·창원 등 경남의 조선업 생태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HSD엔진지회, STX엔진지회, STX중공업노동조합 등 대우조선해양 엔진 납품업체 노조와 손석형 민중당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은 13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31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양해각서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함께 설립하는 '조선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물출자로 넘기고, 이 통합법인이 발행하는 신주를 받는 방식(대우조선해양은 이 조선통합법인의 자회사로 편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는 명백한 특혜이자 헐값 밀실협약이다. 경남의 조선업 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13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 /민병욱 기자 min@idomin.com

실제 HSD엔진(옛 두산엔진)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선박물량 엔진의 상당수를 담당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인수되면 현대중공업이 사내 엔진사업부의 엔진(현대중공업 독자모델 '힘센')을 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합의서 발표 전날 20% 가까이 주가가 급락했다.

이들은 특히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결국 HSD엔진, STX엔진, STX중공업(3사 대우조선 엔진 납품)과 거제, 창원을 포함한 경남의 1300여 개 협력업체의 도산과 조선업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와, 최대 14조 원의 금융피해와 5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약 13조 원을 투입했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4000억 원의 자금 투입으로 약 13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단군 이래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재벌 초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 노조는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매각 투쟁이 결실을 보려면 25만 거제시민의 힘을 한데 모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3일 오후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범대위 구성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으기로 했다.

▲ 13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는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 /이동열 기자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은 "범대위가 구성되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현대중공업 노조와도 공조해 산업은행 앞에서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18~19일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고, 27일에는 전 조합원이 상경 투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대응 방향으로 3대 목표(생존권 사수, 단체협약 승계, 지역 경제 활성화)와 5대 방침(동종사 매각 반대, 당사자 참여 보장, 분리 매각 반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 등은 내부 논의를 거친 후 14일 간담회를 열어 범대위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한편,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합병 이후에도 기존 대우조선 매출 구조가 유지되고, 대우조선을 중심으로 형성된 물량과 하도급업체에 대한 보장을 전제로 지역 경제에 혼란이 없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 시장은 "추후 매각과 관련한 시민대책위가 구성되면 시도 참여해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 시 차원에서도 합병에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하게 대응해 지역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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