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부터 몇만 원대까지
도·시립 "운영 조례 적용"
앞선 전시 입장료도 영향

지난달 딸과 미술관 나들이를 계획했던 이준희(35·창원) 씨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창의예술 체험비와 어린이 전시 입장권, 여기에다 보호자 1명 전시 입장권까지 사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평소 무료 전시를 즐기던 이 씨는 몇만 원이 부담스러워 관람을 잠시 미뤘다.

도내에 다양한 유료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장을 들여다보면 입장료가 몇백 원부터 몇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입장료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

먼저 도립·시립미술관은 운영 조례로 관람료를 정해놓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미술관 자체 전시 때 관람객에게 관람료를 받을 수 있다며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을 받고 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과 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의 입장료는 성인 500원, 청소년·어린이 200원이다.

이들의 입장료는 미술관 수익성을 고려하기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매년 정기적으로 수준 높은 전시 작품을 내보이는 미술관은 '무료' 전시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소정의 입장료를 매기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 관람객이 일정한 돈을 낼 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창원문화재단이 운영하는 3·15아트센터와 성산아트홀, 김해문화재단의 윤슬미술관 등은 기획전마다 입장료를 다르게 책정한다.

지난달 개막한 '로메로브리토-한국특별전'과 '오! 에르베튈레-색색깔깔'전은 입장료가 성인 기준 1만 원이다. 창원보다 먼저 열렸던 서울의 전시 때보다 2000~3000원 저렴해진 요금이다.

'오! 에르베튈레-색색깔깔'전은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린이와 보호자 1명이 함께 입장하면 3만 5000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관람 중심 전시보다 입장료가 높지만 지역민들의 호응이 크다. 또 3·15아트센터와 성산아트홀의 전시를 모두 관람하면 2000원을 할인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며 "재단은 입장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전시 섭외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고려해 입장료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술관의 입장료가 앞선 전시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윤슬미술관이 오는 17일까지 선보이는 '2018 화제의 작가 김환기전'의 입장료는 2000원이다. 도내에서 처음으로 환기미술관과 손을 잡고 몇백억 원에 이르는 작품 가격과 보험 가액 등을 부담하며 개막한 전시라 입장료가 1만 원대를 넘겠다고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윤슬미술관보다 먼저 작품을 내보인 대구미술관의 입장료를 따랐다.

▲ 지난해 7월 개최된 제9회 경남국제아트페어 모습. 프린트베이커리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김해문화의전당 관계자는 "김해에서 현대미술의 출발점을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 더 큰 관심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들과 다르게 민간이 운영하는 전시장 등은 각자 형편에 따라 입장료를 정한다. 보통 무료가 대부분이다.

섬유미술을 알리는 창원 대산미술관은 관객이 자율적으로 입장료를 내도록 유도하고, 2016년에 시작한 남해 돌창고프로젝트는 자생력을 갖추고자 유료 전시를 고집한다. 돈을 받은 만큼 좋은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돌창고프로젝트는 지난해 관람료 수입만으로 전시를 기획·운영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무료 전시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과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감상하려면 적정 수준의 관람료를 책정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당신은 마음을 울리고 또 다른 영감을 주는 작품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를 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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