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 5명 재직 중 6번 대행 체제
전·현 지사에 투사된 헛헛한 도민 심정

경남을 일컬어 민주자유당부터 자유한국당까지 이어진 정치세력의 텃밭이라고 표현해 오긴 했지만, 따지고 보니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만큼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지방자치제 부활 후 민선 도지사를 뽑기 시작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도지사직을 거쳐 갔거나 재직하고 있는 이들을 일별해보면, 범한국당 계열 소속이 3명, 범민주당 계열이 2명이다. 김혁규(민선 1∼3기) 전 지사부터 '김태호(3∼4기)→김두관(5기)→홍준표(5∼6기)→김경수(7기∼)'로 흐르는 동안 도지사의 소속 정당은 퐁당퐁당 식으로 변해왔다. 스코어로 매기면 '3 : 2'인 셈인데, 김혁규 전 지사가 3선 당선 후 돌연 사퇴하면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점을 감안해 좀 억지스러운 수치를 도출하자면 '2.5 : 2.5'로도 볼 수 있겠다. 한국 정치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경남의 민심 역시 적극적으로 부응해왔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흔히 말하길, 선거 과정에서 특정정당 독식 현상이 사라지면 건전한 견제와 비판에 기반한 정책 대결이 활성화되고 그만큼 그 지역은 생동감이 넘칠 것이라고 하는데, 경남도민들은 어쩌면 그러한 빅픽처를 그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5명의 도지사가 재직하는 동안 도지사 공석으로 말미암은 권한대행 체제는 6번이나 발생했다. 김태호 전 지사만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을 뿐, 김혁규·김두관·홍준표 전 지사는 모두 대선 출마를 위한 중도사퇴를 감행했다. 그리고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어쨌든 김경수 현직 지사 역시 구금되면서 권한대행 체제를 불러들였다. 저마다 그 사정이야 다 다르고 비판의 방향 역시 다양하겠지만 '비정상 도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김두관·김태호·홍준표·김경수' 모두에게 은퇴한 김혁규 전 지사처럼 '쓸쓸한 정치적 말로'라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재기의 가능성은 공히 열려 있다.

관찰자 시점에서 재기와 나락의 갈림길에 선 이들을 바라볼 때 뭔지 모를 정조가 관통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외로움'이다. 경남지사로 재직했거나 재직하고 있지만, 이들을 경남 지도 위에 올려놓으면 왠지 외로워 보이는 느낌이다. 정치적 고초를 겪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을 끌어모아야 성공했다 할 수 있는 정치라는 게 근원적으로는 '외로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일까? 절묘한 정치적 선택을 해온 경남도민들은 도청을 바라보며 헛헛한 심정을 감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헛헛함이 도지사들에게 투사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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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가 사라진 도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골몰하게 됐는데, 노래 한 소절이 툭 튀어 나왔다.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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