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선배가 제안을 했다. "경남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써보자." "네? 여성 독립운동가요?"

생각지 못한 주제였다. "그래. 전국적으로 여성독립운동가가 2점 몇 퍼센트밖에 없대."

그렇게 무지를 깨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인정한 여성독립운동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1만 5180명 중 357명(2.35%)이다. 경남은 전체 1000명 중 19명(1.9%). 우리는 이들뿐 아니라 독립에 목숨을 바쳤던 이름 모를 이들을 찾아나섰다.

연구자와 향토사학자를 만났다. 이들은 자료 부족 탓에 독립운동가 활동 입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1900년대 초는 남성 위주 사회였다. 여성은 '현모양처'로 어진 어머니, 착한 아내라는 갇힌 프레임 안에 살아야 했다.

그 틀을 깨고 독립운동에 직접 나섰다는 것은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독립운동하는 남편을 적극 도와도, 그에게 남는 건 '주변 인물'에 불과했다. 관보나 신문기사 등 사료도 남성적인 시각이 강했다.

최근 의령에 갔다. 왜병에 맞서 싸운 곽재우, 독립운동가 안희제 생가를 방문했다. 그들의 생애와 업적, 어느 하나에도 부인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그들도 '애국지사의 아내'로 불리며 조력자의 역할을 인정받지 못했다. 독립운동가 김조이 생가터를 찾아 진해를 방문했을 때는 허망했다. 표지조차 없다. 도로와 대나무숲만 남아 있었다.

경남 여성독립운동가 기획이 중반을 넘었다. 취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한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 흔적을 계속 찾겠다. 우리 고장에도 유관순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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