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도지사가 예상치도 못한 법정구속을 당하면서 경남도정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경남 패싱'이라는 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김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이상하게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염려와 걱정이 실제로 존재한다.

먼저 부산시는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의 최적지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온 반면, 경남은 김해공항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와 안전사고 위험문제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김해공항 확장을 반대해 왔다. 물론 두 광역자치단체 사이에 보이는 이 미묘한 입장 차이는 지역사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공항과 제2신항만 사업을 두고 부산과 경남이 모종의 거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을 두고 인근 자치단체장들이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한쪽의 자치단체장이 공백상태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다른 자치단체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사업의 방향까지 바꾸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이 김 지사의 도정공백이라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제2신항만 건설 사업을 두고 부산 출신 정치인들의 지역 챙기기 발언이 나오고 있다. 제2신항만 건설에서 경남보다 부산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신항만 운영의 주도권을 부산시가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주장들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왜냐면, 경남이 지금처럼 주인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이웃 자치단체가 경남의 사정을 고려하고 배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남 스스로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한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도지사 권한대행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행정력이나 집행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남도는 대형 국책사업들의 집행을 조금은 미루거나 늦추는 요령이라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제삼자가 결정하는 대로 끌려갈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달라는 말을 하면서 도민의 의견을 모으는 방향으로 사업을 집행해 주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