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비상임 조합장은 종신도 가능
농협법, 상임만 연임 2번 제한
부실 견제·사유화 등 폐해 우려

광역·기초단체장은 '3선 연임 제한'을 적용받는다. 반면 조합장은 각 조합 상황에 따라 다르다. 특히 '농협 비상임 조합장'은 무제한이다. 이 때문에 '장기 집권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농협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없어 = 조합장 임기는 농협(축협 포함)·수협·산림조합 모두 4년이다. 하지만 '연임 제한' 규정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상임' '비상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선 수협은 '수협법'에 따른 각 조합 정관으로 조합장 '상임 여부'를 정한다. 이에 따라 '상임 조합장'은 연임 2번(내리 3선),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1번(내리 2선)으로 제한된다.

산림조합은 '상임 조합장' 연임 2번(내리 3선), '비상임 조합장' 무제한으로 하고 있다. 다만 경남지역 18개 산림조합 모두 '상임 조합장'이며, 전국적으로도 몇 곳 외에는 대부분 '상임 조합장' 형태다.

이번 3·13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협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협 조합장 연임은 산림조합과 같다. 농협법에 따라 '상임 조합장'은 연임 2번(내리 3선), '비상임 조합장'은 무제한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임'은 '중임'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연임 2번이란 내리 연속 3번 선거에 당선된 것을 말한다. 만약 2번 연속 당선되고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다음 선거부터 다시 내리 3선을 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상임·비상임 조합장 구분 기준은 뭘까?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자산 총액 2500억 원 이상'인 경우 '비상임 조합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즉, 자산 규모가 큰 곳은 '비상임 조합장'으로 하면서, 대신 '상임 감사'를 둬 견제 역할을 하도록 한다. '자산 총액 2500억 원 이하'인 조합은 일반적으로 '상임 조합장' 형태다. 하지만 해당 조합 정관 개정으로 '비상임 조합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경남농협 측은 도내 상임·비상임 조합장 정확한 수치를 집계해 놓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관계자는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도내 136곳 가운데 상임·비상임 비율은 4대6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 사유화 우려, 형평성 논란 = 현재 도내 최다선 조합장은 5선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7∼8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렇듯 연임 제한 없는 '비상임 조합장'이다. 20∼30년 장기 집권으로 지나친 권한 행사, 조합 사유화 등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도내 한 농협 조합원은 "비상임 조합장이 장기간 집권하더라도 설령 스스로는 깨끗하고 투명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장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비상임 조합장'은 해당 조합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선출된 '상임 이사' 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비상임 조합장'이 상임 이사 선출 과정에 입김을 불어넣기도 한다. 즉, 견제는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장기간 집권 폐해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경남농협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예전과 달리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선거 때 바뀔 곳은 자연스럽게 바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재선에 오른 이들도 3선 도전에서 대부분 떨어진다"고 전했다. 실제 4년 전 선거 당시, 도내 농축협 140곳 가운데 69곳이 새 조합장으로 교체됐다.

그럼에도 또 다른 우려는 존재한다. 형평성 문제다. 도내 한 '상임 조합장'은 조합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는 분위기지만, 3선 연임 제한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도내 농축협 가운데 이번 선거 연임 제한에 해당하는 곳은 모두 9곳으로 △거제 사등농협 △거제 장목농협 △김해 진례농협 △사천 사남농협 △사천 용현농협 △사천 정동농협 △창녕 남지농협 △진주 중부농협 △함양 지리산마천농협이다.

이러한 우려에 지금까지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상임 조합장과 동일)'이 추진됐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도내 단위 농협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도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 하지만 (비상임) 조합장 눈치도 있고 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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