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올해 1조 389억 원 결정
7년간 분담금 35.2% 증가, 일자리 오히려 8.2% 감소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 389억 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보다 787억 원(8.2%) 늘어난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우리 경제로 환원돼 내수증진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인상을 주장해왔다.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는 "방위비 분담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의 장비, 용역, 건설 수요와 한국인 근로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임은 물론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역시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최대 94%가량 방위비 분담금이 우리 경제로 환원되는 것으로 분석된다(2019년 1월 26일)"면서 보수단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경제를 촉진한다는 주장은 미국이 원조다. 2014년 당시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의 급여, 한국의 납품 용역업체, 한국 건설사업에 지출됨으로써 한국 경제를 촉진한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의 주장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강한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이 국내 경제로 환류되느냐 하는 것을 가지고 한국경제기여론을 따지는 것은 한마디로 눈속임이다. 왜냐하면 방위비 분담금이 일부 주장처럼 90% 이상 환류되는 것도 아니지만, 설사 그들 주장대로 90% 이상 환류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 경제 주체가 아닌 주한미군이 자신들의 운영유지비로 사용한다. 즉,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의 산업활동과 별 관계가 없는 주한미군의 군사활동에 쓰인다. 우리 산업활동과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우라도 단순노무적 사업들이 주류로, 부가가치가 거의 없고 산업파급 효과도 없다.

▲ 시민사회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에서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가서명 중단과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 방위비 분담금이 지급되는 대상은 주한미군의 장비나 군사업무 수행에 관한 것으로, 국내 산업활동과 별 관련이 없다. 방위비 분담금이 지급되는 사업은 주한미군의 전쟁예비물자 정비나 탄약 저장관리, 주한미군 항공기 정비 등과 같은 전쟁과 관련된 소모적 용역사업이 주류다.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업무도 주한미군의 유지에 필요한 통신, 인사, 정보, 병원, 공병, 장비정비 등으로 국내 산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국내 산업활동과 연관이 있는 부분도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 경우에도 부가가치가 매우 낮고 산업파급효과가 없는 사업들이다.

오히려 이런 단순노무적이거나 산업파급효과가 없는 사업에 우리 국민의 귀중한 혈세를 배분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국민이 바라는 분야, 가령 복지, 교육, 노동, 농업 등과 같은 보다 긴급하고 경제적 효과가 큰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돼 국익이 훼손된다.

방위비 분담금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방위비 분담금은 2006년 6804억 원에서 2014년 9200억 원으로 무려 35.2%(2396억 원)가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는 1만 3274명에서 1만 2190명으로 1084명(8.2%)이나 줄었다.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의 수는 줄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들을 정규직에서 시간제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등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해 한국이 자신들의 방위비 분담금 1.5∼2배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무급휴직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 등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력수단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음을 말해준다.

◇민생 압박하는 방위비 분담금 = 방위비 분담금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동두천시는 주한미군이 다른 어느 곳보다 집중해 있는 지역이다.

시 면적의 42.5%가 미군기지다. 또 동두천시에는 2014년 기준으로 다른 어떤 미군기지보다 많은 4824명(전체 주한미군은 2만 9000여 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다.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들도 대략 1500여 명이었다.

이는 곧 동두천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방위비 분담금이 많이 배정되는 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낙후된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2016년 기준으로 동두천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680만 원으로 경기도 평균 2960만 원보다 한참 낮고 경기도 전체 31개 시군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 순위다. 전국 1인당 GDP 3204만 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평택시의 경우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미군기지가 있는 팽성읍 땅값이 폭등했다. 팽성읍 땅값 상승률은 2014년 0.3%였는데 2017년에는 14.3%가 올랐다. 평택으로의 주한미군기지 이전과 확장은 서민이나 기업 입장에서 땅값과 임대료의 폭등을 가져와 생활과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가서명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 마지막으로 방위비 분담금의 94%가 국내 경제로 환류된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94%라는 수치는 군사건설비의 경우 설계감리비 12%를 제외한 88%, 인건비와 군수지원비의 경우 둘 다 100% 국내로 환류된다는 가정에 따라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군사건설비는 설계감리비 12% 외에도 주한미군이 특정 군사건설사업(정보시설 등)에 대해 추가 현금을 요구할 수 있어 국내로 환류되는 부분은 88% 이하가 될 수 있다. 또 군수지원비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않으면 PAE-Korea사처럼 사실상 외국기업이라 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100% 국내경제로 환류된다고 볼 수 없다. 2018년 PAE-Korea사의 전쟁예비물자 정비금액은 71억 원이다.

더구나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이용해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시사저널> 보도(2016년 5월 18일)에 따르면 이 이자수익은 매년 최소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설계감리비 이외의 해외유출 요인까지를 감안하면 국내 환류는 90%가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방위비 분담금이 그 몇 %가 국내경제로 환류되는가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자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이 문제의 본질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