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표결실명제' 도입을 담은 창원시의회 회의규칙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갑론을박이 한창이던 때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본회의 반대 토론 때 이같이 말했다. "당론에 따라 양심을 속이고 소신을 내팽개치게 하는 표결실명제는 부결돼야 마땅하다." 이 주장을 듣자니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직전 경남도의원을 지낸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이다.

"옥영문이 공천장 들고 오면 내 절대 도장 안 찍어줄 거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공천 작업이 한창일 때 경남 정가에 퍼진 홍준표 전 대표 언급이다. 홍 전 지사 시절 도의회에서 옥 의원은 '소신의 아이콘'이었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 조례 표결에 떡하니 반대표를 던지지 않나, 광복절 행사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자 도정질문에 나와 '의회 의결권 무시'라고 대서지 않나, 본회의장에서 영화 예고편을 본 자신을 나무라지 않나…. 같은 당 소속임에도 '소신'을 무기로 민심과 동떨어진 자신의 각종 정책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그를 홍 전 지사가 좋게 볼 리 만무했다. 이후 당권을 쥔 홍 전 대표는 '공천권'을 앞세워 옥 의원을 당에서 사실상 축출했다. 홍 전 대표는 옥 의원을 '배신의 정치인'으로 여겼을지 몰라도 그의 '소신'을 '배신'한 건 되레 홍 전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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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의원의 '소신' 정치는 지역 정가에서 인정받았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 한국당 출신 옥 의원 입당을 두고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예비후보들은 "그가 한국당이면서도 홍준표 도정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은 만큼 반대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시의원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의장에까지 선출됐다. '당론에 따라 양심을 내팽개쳐 온 자'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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