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앞두고 도지사 공백
현안서 소외·대처 미흡 '우려'
박성호 대행 등 총력대응 분주

경남에서 진행될 수십조 원 규모 국책사업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시점에 도지사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경남의 이익과 발전계획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명 '경남패싱' 가시화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음 피해와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예측이 나옴에도 5조∼6조 원이 투입되는 김해공항 확장공사를 강행할 것인지, 약 12조 원이 투자되는 제2신항 진해 제덕만 유치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 등의 굵직굵직한 사안이 경남에서 숨 가쁘게 추진되고 있다.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과단성 있는 추진력이 담보돼야 할 상황에서, '경남의 입' 역할을 해야 할 행정 수장이 사라지면서 자칫 경남의 요구와 건의가 희석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서 경남이 배제될 조짐이 보인다. 김경수 지사는 그동안 오거돈 부산시장·송철호 울산시장과 더불어 '김해공항 확장을 통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총리실 검증단 구성을 요구하는 일은 김 지사가 앞장을 서 왔다. 이달 중순께 세 광역단체장은 공식적으로 총리와 만나 총리실 산하 검증단 구성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 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이 예정된 것과 때를 같이해 부산 지역 정치권과 언론은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유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동안 김 지사는 입지 문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김해공항 확장의 부당성'을 강조해왔다. 일각에서는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긴 했지만, 부산의 무조건적인 '기승전 가덕도' 목소리를 일정 정도 제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김정호(민주당·김해 을) 국회의원이 이 사안을 조정하고는 있고, 경남도 역시 김 지사의 방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신공항과 관련한 목소리 주도권이 부산으로 더욱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2신항 진해유치'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11일 계획됐던 경남도·부산시·해양수산부 상생협약은 김 지사 구속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더해 '제2신항 진해유치'를 은근히 못마땅해하는 목소리가 부산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부산 북구 강서구 을) 의원은 11일 "제2신항 협약 내용이 부산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협약을 둘러싼 주변 상황까지 급변해 부산이 협약을 체결해야 할 당위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남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같은 발언에는 '경남이 신공항을 내주고 제2신항을 받은 것'이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지만, 경남의 통일된 대응 목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무적 책임을 짊어진 창과 방패가 부재한 탓이라는 게 경남 정치권의 진단이다.

국비 확보와 신규 국책사업 발굴 움직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은 도정공백을 우려하면서 "벌써 경남의 건의사항을 중앙부처에 이야기하면 예전과는 달리 안면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사상 최초 국비 5조 원 확보에 더해 올해 초부터 선제적인 국비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긴 했지만 그 동력이 지속할지가 불투명한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경남패싱' 우려를 불식하고자 '경남도 권한대행 체제'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박성호 권한대행은 "대외적으로 이번 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남을 방문하고, 다음 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정책협의회가 전국 최초로 경남에서 개최되는 만큼, 내부에서도 조금 더 분발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용위기지역 연장,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내년 국비확보 등 경남 경제 재도약 원년 실현을 위한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경남의 상황이 중앙부처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남발전연구원, 경남테크노파크 등 관계기관과도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의 예산정책협의회가 18일 경남에서 개최되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14일 방문하는 데 이어, 문승욱 경제부지사는 곧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 경남도 건의사항을 풀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중앙부처와 가교 역할을 하는 데 권한대행을 포함한 간부공무원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무적 판단이 중지됨으로써 닥칠 '경남 패싱'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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