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아마도책방 독립출판 워크숍서 강영규 스토리지북앤필름 대표
"개인 경험 충분히 가치 있어…동아리 결성도 원동력 될 것"

"이런 것도 책이라고 낸 건지…, 요즘은 개나 소나 작가라고 설치네."

독립출판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어느 온라인 서점에 달린 리뷰다. 잔뜩 비비 꼬여 심술 궂기까지 한 이 글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요즘 독립출판이 어느 정도 활기를 띠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리뷰를 다분히 사심을 담아 이렇게 다시 적어 본다.

"우와 이런 걸로도 책을 만들었구나! 우와 정말 세상에는 재미난 사람들이 많구나!"

사실이 그렇다. 요즘에는 재밌을 것 같은 독립출판 서적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런 책들을 파는 독립서점도 전국적으로 600곳이 넘는다.

▲ 지난달 30일 남해 아마도책방이 진행한 독립출판 워크숍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이서후 기자

 

최근 독립출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남해 삼동면 종합복지회관 3층 강당에서 진행된 '독립출판 원데이 워크숍'을 통해서다. 남해 지족마을 구거리에 있는 아마도책방 박수진 대표와 소품가게 초록스토어 황성우 대표가 함께 준비한 행사다. 원래는 신청자가 1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아마도책방에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가 신청해서 급히 장소를 바꿨다. 참석자들은 얼핏 보기에도 40명 가까이 된다. 남해군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다.

"책방을 시작한 지 아직 일 년이 안 됐지만, 손님들한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책들은 누가 만드는 거냐 하는 건데요. 출판사를 통한 것도 아니고 아주 얇은 것도 있고 그러니까. 또 나도 한 번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사실 책방을 운영하는 저희도 궁금한 거였어요."

그래서 수진 씨와 성우 씨가 이날 초대한 강사는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다. 강 대표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해방촌과 후암동에서 각각 스토리지북앤필름과 초판서점이란 독립출판 서적 전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이나 독립서점 관련 수업도 자주 진행한다. 무엇보다 강 대표 자신이 46종의 독립출판 서적을 발행했다. 그의 이야기를 한 시간 반 정도 듣고 보니 '오호, 나도 책 한 권 내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강 대표는 누구는 이렇게 해서 책을 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사소한 기회를 만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일단 한 번 저지르면 두 번째 세 번째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 여행 중 쓴 일기를 책으로 묶은 <도쿄규림일기>.

 

독립출판물 중 나름 베스트셀러인 <도쿄규림일기>(김규림, 2016년)가 나온 과정을 보자.

"배달의 민족이란 회사 직원 7명이 우리가 4주 동안 진행한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어요. <도쿄규림일기> 저자도 처음에는 동료가 듣는다니까 그냥 따라온 거였어요. 자기가 책을 만든다는 생각도 없었죠. 제가 원래 수업 첫 시간부터 엄청나게 채찍질을 하거든요. 다음 주까지 만들어 오세요! 이런 식으로요. 이분이 원래 그림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럼 이걸로 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렇게 수업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책이었죠."

이렇게 해서 나온 게 저자가 2주 동안 도쿄 여행을 하면서 썼던 그림일기를 담은 <도쿄규림일기>다.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렸거나 글 솜씨가 뛰어나거나 하기보단, 그냥 재밌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같은 작가의 책으로 역시 지난해 출판돼 인기를 끈 <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김규림, 2018년 5월)도 아트북 마켓에 출품하려고 급하게 만든 거다. 이틀 동안 휴대전화를 끄고 살면서 겪은 일을 그림과 함께 엮은 것이다.

잘 팔리는 책들을 사례로 들어서 그렇지 책을 만드는 그 자체는 뭔가 대단한 기획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으면 된다.

▲ 신혼부부 일상을 담은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 /스토리지북앤필름

예컨대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오사장, 2018년 5월)란 책은 성격이 반대인 신혼 2년차 부부의 생활 속 일화를 담은 것이다. 거창한 이야기는 없지만, 마치 친한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재미있다.

"내가 가진 이야기가 너무 개인적이라 그걸 세상에 꺼내놔도 될까 하는 두려움은 버리셔도 될 거 같아요. 왜냐면 개인적인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거든요. 사회란 게 결국 개인들이 모여서 이뤄졌듯이 삶의 경험이란 것도 결국 각자 다른 개인의 경험들이 모인 거니까 그걸로 책을 한 권 만들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 사실 기획단계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책을 발행하기까지 직접 해보면서 좌충우돌해야 고칠 점도 보이고 실력이 늘어난다. 당장 독립출판물을 파는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해보라.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오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서점에 자주 들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종이는 어떤 걸 썼는지, 판형은 어떻게 했는지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다. 어려우면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그 형식을 그대로 따라해도 좋다.

또 하나, 책을 만들려면 '인디자인' 같은 뭔가 전문적인 출판 디자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망설이는 이들이 많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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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남해 아마도책방이 진행한 독립출판 워크숍에서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가 독립출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물론 전문적인 프로그램 사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독립출판 저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파워포인트, 포토샵, 일러스트 등 다양하다. 심지어 <계간 홀로> 같은 잡지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만든다. 자기한테 잘 맞는 프로그램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말은 이렇게 해도 실행력과 추진력이란 게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강 대표는 함께 책을 만들 동아리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처음에 잘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낑낑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다.

"뭔가 주변에서 같이 끌어당겨 주고 이러면 큰 원동력이 돼요. 독립출판 수업에 참가해도 좋고 아니면 각자 동아리를 만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안에서 서로 만든 것을 주기적으로 확인해보고 그러면 도움이 많이 돼요."

실제 아마도책방과 초록스토어는 오는 봄 '독립출판 책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5주짜리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책을 만드는 과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마도책방 인스타그램(@amado_books)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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