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간 폭행 사건 처리 4개월째 표류
여야 힘싸움 구조 깨고 변화 모색하길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할 듯싶다. 그것도 자포자기 의미가 가득히 내포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밀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바라보는 내 견해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속으론 걱정할지라도 밖으론 느긋하고, 공동 이익인 기득권을 놓치지 않을 방도를 찾는 데 골몰하는 모양새다.

제8대 밀양시의회 원 구성은 민주당 5석, 한국당 8석이다. 시·군의회 원 구성에서 의석수가 적은 정당은 표결할 때 항상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그 카르텔을 어떤 식으로든 깨나가지 않고서는 변화를 모색하긴 어렵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9일 발생한 김상득(자유한국당) 의장과 정무권(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장 간 폭행 사건은 밀양시의회뿐 아니라 밀양시민, 다른 지역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시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의원들이 공인 신분을 망각한 채 벌인 폭행 사건을 시의회가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고 4개월째 표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경남도당과 연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며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안다. 또 정무권 의원이 시민 질타에 순응하며 운영위원장 직책을 내놓겠다고 회견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노력들은 고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좌절됐고, 한국당 논리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결국 운영위원장 사임 안건도 상정하지 못하고, 윤리위 구성도 못하는 절름발이 시의회로 전락해버렸다.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사과문 내용이 다른 내용으로 둔갑한 일도 있었다. 합의할 때 포함됐던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시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시민과 시의회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다음날 깡그리 삭제된 채 보도자료로 배포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삭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밀양시의회 의원 일동' 사과문으로 포장됐다. 이와 관련해 정정규(자유한국당) 부의장은 "사과문 내용을 합의한 당일 오후에 민주당 의원들이 따로 성명서를 낸다는 얘길 듣고 합의사항이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여야 입장을 떠나 이번 사건은 윤리특위를 구성해서 징계하는 것이 옳다"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사건 당사자인 의원 둘 중에 한 명은 직책 사임을 했는데 한 명은 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윤리위 구성이 원만치 않다"며 "의장이 직책 사임을 하면 윤리위 구성과 징계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텐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의장은 '직책을 사임할 의사가 없으며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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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의회는 지난 2006년 윤리특별위원회를 비상설기구로 가동하도록 의회 규칙에 제정해 놓았지만 12년 동안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다. 체면치레 제정에 불과한 윤리특위, 이번에 처음으로 가동해보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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