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사고 목격자 2명 신청
복지공단 "과거 접수회피 사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트라우마 고통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지난 2017년 5월 1일 삼성중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로 형을 잃은 ㄱ(46) 씨와 물량팀장 ㄴ(56) 씨는 지난 8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산재신청서를 제출했다. 특히 ㄱ 씨는 사고 후 트라우마 산재신청을 했으나 포기했다가 다시 신청했다.

ㄱ 씨는 생활고에 힘겨워했던 지난날을 회고하며 "해본 일이 조선소 일이라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다 지난해 겨울 거제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니 사고가 떠올랐고, 크레인이나 주변 높은 물건이 나를 덮칠 것 같은 불안감에 위축됐다"며 "죽은 형이 돌아올 수 없고 상처가 지워지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마음 편히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ㄱ 씨는 2017년 5월 25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트라우마 산재 신청을 했다가 포기한 일도 밝혔다. 당시 ㄱ 씨는 통영지사에 정신과 치료를 이유로 산재 신청을 했으나 공단 담당자가 '트라우마는 산재 인정이 어렵고 시간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말에 신청을 포기했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트라우마가 산재로 인정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다시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통영지사는 부정적인 답변으로 산재를 포기하게 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했고,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ㄴ 씨는 사고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산재재심위를 통해 노동자로 인정받은 물량팀장이다. ㄴ 씨는 사고 후 병원에서 수면장애, 재경험, 급성스트레스 장애와 불면증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와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뒤늦게 트라우마 산재 신청을 한 ㄴ 씨는 "참혹했던 현장에서 그리고 지금도 가끔 사방을 휘젓는 와이어가 떠올라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그 사실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 활동가는 "두 노동자 모두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노동부는 삼성 크레인 사고 목격자 산재를 지도했으나 이번 사례처럼 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당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란한 대책이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 할 때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 트라우마는 계속 이어지겠지만 재취업과 같은 대책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며 정부가 재해 트라우마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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