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센터 "별도 수당제·월별 시간 총량 개편해야"

연휴가 길수록 즐거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국경일·명절 등 공휴일엔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이 1.5배로 계산돼 보조인을 부르면 서비스 시간이 더 빨리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등급과 돌봄가족 유무에 따라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한다. 혼자 식사나 생리활동 처리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 2명 이상 배정받아 교대로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2월처럼 설 연휴가 있는 등 공휴일이 많은 달은 혼자 있는 불안한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정양희(36) 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의사전달은 할 수 있지만 혼자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정 씨는 한 달 총 활동보조서비스 540시간(정부 400·경남도 72·창원시 68시간)을 지원받는다. 계산상으로는 월 30일 기준 하루 18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주간에는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아 식사하고 잠깐 외출도 가능하지만, 야간(11시부터 새벽)에는 보조인이 없어 오후 10시 이후로는 물도 먹지 않는다.

지난 설 연휴 사정은 달랐다. 정 씨는 "설 연휴동안 외출은 엄두도 못 내고 끼니를 다 챙겨 먹지 못했다. 연휴 내내 평소처럼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말에 서비스 시간이 남지 않아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날이 생긴다"고 말했다. 설 연휴 평소대로 돌봄을 하려는 보조인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공휴일엔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1.5배로 계산되기 때문에 설 연휴 3일(4~6일) 동안 정 씨가 24시간을 사용해도 36시간 빠진다.

정 씨는 "굶는 것과 생리활동 처리도 문제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활동보조인 없는 시간이 불안하다. 올해는 그나마 날이 적은 2월에 설이 끼어 있어 다행이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2016년 이전에는 이용자인 장애인이 기준이 돼 8시간으로 한정해 공휴일 1.5배 시간 계산됐다.

2016년부터는 활동보조인 1명당 8시간으로 한정해 공휴일 1.5배 시간이 적용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절 휴가를 가지 않고 장애인을 돌볼 활동보조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일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활동보조인 처지에서는 휴일 1.5배 계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원받는 시간 총량은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입된 것이 문제다. 중증장애인들은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공휴일 혼자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돌봐주는 장애인들이 혼자 있을 때 침대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 등 위험하다는 것을 보조인들도 잘 알기 때문에, 정부 지원 시간 외에도 봉사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공휴일 별도 수당제로 운영하거나 시간 총량 개념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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