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 굽듯이 해야 한다(治大國若烹小鮮)라는 노자의 말은 비단 나라의 경영방식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 관한 마음가짐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처럼 생선을 굽는 비유는 일상생활의 비근한 예를 들어 친근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국가와 사회를 경영하는 일이나 작게는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부터 무슨 일이든 매사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다 일을 그르치는 일이 한둘 아니다. 그러니 노자의 가르침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익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집다가 부스러뜨리는 우리들의 고질병을 반성할 수 있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관계도 처음 있었던 마음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일과 다르지 않다. 조급한 마음으로 수시로 뒤집는 탓에 처음 모습은 간데없고 나중에는 부스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일이다. 말 그대로 뒤집다가 볼일 다 보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 해도 변덕이 죽 끓듯 한다면 그런 관계는 지속할 수가 없다. 그러니 모르는 관계라면 더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우리 정부의 위정자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 내가 보기에는 서민을 위한 것이라며 내놓는 수많은 정책이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오늘 한 말이 다른 것을 보면 마치 작은 생선을 수시로 뒤집으며 굽는 모습을 빼다 박았다. 그것이 무언지는 일일이 설명할 것도 없이 국민이 먼저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약속한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달라지는 탓에 나중에는 뒤집다 부서진 생선처럼 했던 약속이 실종되고 마는 것이다. 여태 작은 생선 굽듯이 내놓는 것마다 참 많이도 뒤집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잘 구워진 생선을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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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국민이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그럴듯한 말을 해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믿지를 않는다. 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신뢰야말로 사회적 자본이고, 한 사회의 경쟁력은 신뢰가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이 관료들의 말을 못 믿는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관료들은 있으나마나다. 다시 말해 정부에 그런 사람이 아무리 많은들 오합지졸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결국 나라가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신뢰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슨 일이든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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