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여섯 번째 권한대행 맡아
도지사 조기 복귀 예단 어려워
정치적 입김 대처방법 등 주목
간부들엔 3대 혁신 과제 강조

'김경수 지사 법정구속'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도지사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 박성호 행정부지사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박 권한대행은 지사 구속 후 곧바로 설연휴를 맞닥뜨리면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 남하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도청 비상 상황근무를 진두지휘해야 했고, 연휴 이후에도 각종 현안이 밀어닥치고 있다.

'역대 6번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에 더해 역대 권한대행 중 가장 기묘하고 힘겨운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도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역대 '권한대행'들이 전임 도지사의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도정을 이끄는 위치에 있었다면, 박 권한대행은 현직 지사의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정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도정 철학을 계승해 중심을 잡으면서도 소신을 발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은근한 정치적 공세 역시 감내해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

▲ "김 지사님 응원합니다" 구속 수감된 김경수 도지사를 응원하고자 도민들이 보낸 화환이 7일 경남도청 도지사 비서실에 배달돼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그렇다고 해서 전임 권한대행들이 순탄한 시절을 보냈다는 건 아니다. 온갖 넘기 어려운 장애물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내려야 했던 게 역대 '권한대행들의 운명(?)'이었다면, 그중에서도 박성호 권한대행의 처지가 가장 엄중한 상황 아니냐는 것이다.

첫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민선 3기 때 탄생했다. 3선 도지사로 당선된 김혁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며 2003년 12월 돌연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당시 장인태 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은 게 '경남 권한대행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장인태 권한대행은 이듬해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고자 사직했고, 김채용 전 행정부지사(전 의령군수)가 도지사 권한대행직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다 2010년 당선된 김두관 전 지사가 2012년 7월 대선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그해 보궐선거가 열렸던 12월까지 '임채호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홍준표 전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8년 '5월 대선'에 출마하면서 4월 9일 심야에 소위 '꼼수 사퇴'를 했고, 경남도 권한대행 체제는 1년 넘게 이어지고 말았다.

이 시기 류순현 권한대행은 일부 단체들로부터 '적폐 대행'이라는 오명을 받아야 했고, 1년 동안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한경호 전 행정부지사는 진주시장 선거 출마설 등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한 대행은 사실상의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독단적이다'라는 평가와 '강단 있다'는 평가 사이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취임한 박성호 권한대행은 행안부 내 자치분권 전문가라는 평가답게 경남도청에 연착륙하는 분위기였다. 권한대행직을 맡으면서부터 "흔들림 없는 도정"을 강조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도 예상된다.

김경수 지사 보석이 가능할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도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4∼5개월 동안 이어질 '김경수 지사 석방 운동'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경우 도청이 또다시 과도한 '정치 각축장'으로 변모할 우려도 있다.

김 지사의 도정 철학을 계승함과 동시에 외부의 정치적 입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박 권한대행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박 권한대행은 설 연휴가 끝난 7일 실·국장들이 참석한 현안 점검회의에서 "도민의 삶이 하나라도, 제대로, 끝까지 바뀔 때까지 노력해달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박 권한대행은 김 지사가 강조한 3대 혁신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 "혁신의 가치, 일하는 방식 등을 실·국·본부에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혁신추진단, 도정혁신추진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이어갔다.

"도정 4개년 계획, 서부경남발전 그랜드비전, 2040 종합계획, 관광계획, 청년정책 등 전체와 연관된 종합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실국 간 협업 채널을 가동해 세부사업 계획서 수립에 협업부서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지시 역시 내렸다. 시·군 협업도 함께 강조했다.

다소 숨가빠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발 빠른 움직임으로 비침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음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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