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를 맞이하는 ‘졸업생 전원이 참여하는 졸업 문집’ 발간

2018년 1월 10일 세종중학교(교장 김광우)의 졸업식이 열리던 강당에서는, 졸업생들이 직접 쓴 글들을 엮어 만든 ‘졸업문집’을 낭독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졸업생 전원이 참여하여 모두 제작, 편집, 출판까지 직접 엮은 책이었기에 졸업식에 참여한 졸업생 모두 보람에 가득한 눈빛이었다.

2년째를 맞이하는 졸업 문집은 ‘마침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이라는 졸업식의 의미에 걸맞게 아이들 한명 한명의 꿈, 그리고 추억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전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었고, 그렇게 졸업문집 프로젝트는 2017년 시작되어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졸업문집은 졸업을 앞둔 아이들 모두가 스스로 ‘혁신’이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준비해나가는 의식이 되었다.

졸업문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은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고민과 관심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사춘기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마주하고 나누지 못했던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들을 글이라는 형식을 빌리게 되면 스스럼없이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들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이해하는 성찰의 시간이자, 치유의 시간이었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소소한 관심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2학기 학년 전환기에는 자칫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쉬운데, 졸업문집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흘러가는 시간들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줄, 두 줄을 써내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종중, 졸업문집과 함께하는 졸업식을 열다..jpg
▲ 밀양 세종중, 졸업식이 열리던 강당에서는, 졸업생들이 직접 쓴 글들을 엮어 만든 ‘졸업문집’을 낭독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마음들 속에서 우러나온 진한 사골곰탕 같은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졸업문집 속에는 자작시에서부터 수필, 소설, 웹툰 등 졸업생 60여명의 각각 개성이 담긴 글들이 실려 있다.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자극만 주어져도 발산되는 창의력이 이렇게나 무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졸업문집을 제작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졸업문집 제작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졸업문집 제작을 통해 우리 학교 친구들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나 스스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이다.

2017년 처음으로 펼쳐낸 졸업문집 ‘마주보고서’는 아이들의 소소한 삶을 기록한 만나보고서,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쓴 ‘펼쳐보고서’, 자신의 꿈과 다짐을 기록한 ‘꿈꿔보고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떠나보고서’, 그리고 후배들과 선배들이 이별을 앞두고 나눈 소소한 이별편지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2018년 두 번째로 펼쳐낸 졸업문집 ‘열여섯을 그리다’는 자신을 돌이켜 기록한 ‘나를 만나다’, 책 속에서 찾은 보물들을 전한 ‘글벗을 말하다’, 그리고 성장의 발자취들을 남긴 ‘당신과 함께여서 가능했다’와 ‘성장의 터’, 그리고 ‘더불어 실천하는 기쁨’들이 수록되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발전으로 추억을 스마트폰에 기록하고 보관하고 열람하는 것들이 무척이나 간편해졌다. 또한 예쁘게 포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0과 1의 디지털 코드로 딱딱한 컴퓨터에 저장된 것들은 추억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은 은은하게 기억되어 우리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기에 투박하지만 굳이 우리가 졸업문집을 만드는 이유이다. 졸업문집 그 자체가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 속 책꽂이에 먼 훗날 어느 순간에 꺼내어 볼 따뜻한 추억이 되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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