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생활 적응 돕는 학교들
취업 졸업생에 편지·선물
신입-상급생 모임 활성화
기 살리기 프로젝트 '눈길'

졸업, 입학, 낯선 사회로 진입. 새로운 곳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과 어울려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학생에게 첫 직장 생활에서 힘낼 수 있게 간식과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초등학교 5·6학년 상급생이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보살펴 주기도 한다.

◇회사서 선생님 편지 받아 '감동' =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창원 한 회사의 진혜량(19), 이다영(19) 씨 앞으로 택배가 각각 도착했다. 발신자는 바로 두 사람이 졸업한 마산 한일여고. 이들은 택배 정체(?)를 짐작했다. 지난해 11월 입사한 이들에게 도착한 택배는 말로만 듣던 그 선물이다. 두 졸업생은 3학년 때 반은 달랐지만, 같은 일터에 입사하면서 회사 동료가 됐다. 지난달 30일 함께 졸업했다.

진혜량 씨는 "작년, 재작년에 취업한 선배들이 과자 선물과 편지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그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도 회사로 온 선물을 직접 받으니 정말 좋았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이다영 씨도 "회사 선배들이 이런 학교 못 봤다고 하고, 학교에서 세심하게 챙겨준다는 생각이 드니 든든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 마산 한일여고가 졸업생 이다영 씨에게 보낸 과자와 편지. /이다영 씨

초콜릿 등이 든 과자 한 꾸러미를 함께 풀어 회사 선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기에다 담임선생님이 직접 쓴 편지는 사회 초년생에게 큰 힘이 됐다. 다영 씨 담임 선생님은 "취업한 지 벌써 3개월이 됐네…(중략) 너는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 바쁘더라도 식사 잘 챙겨 먹고 건강 잘 챙기고 졸업식 날 만나자꾸나"라고 적었다. 혜량 씨도 "지금의 성실함과 긍정의 마음으로 무슨 일이든 해결하고 극복하리라 믿는다"는 내용의 담임 편지를 받았다.

학교법인 한효학원이 운영하는 마산 한일여고, 김해 한일여고는 2016년부터 졸업하고 취업한 학생에게 선생님이 직접 쓴 편지와 간식거리를 회사로 보내고 있다. 일명 '현장 실습생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 컴퓨터정보기술, 캐드, 웹솔루션, 금융정보 등을 배우는 특성화고인 만큼, 매년 마산·김해 학교에서 각각 100명 이상씩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현장실습 체계 변화 등으로 취업자 수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학교에서 회사로 보낸 선물은 도착했다. 지난달 말 취업한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우리 학교 짱이다 회사로 과자 선물 보내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효준 한효학원 이사장은 "서울, 경기 등 타지역 특성화고에서 잘 운영하는 부분을 벤치마킹했다. 우리 학교 졸업자 대부분이 사무직으로 취업을 한다. 어린 사회 초년생들이 회사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적응 돕는 의형제·두레활동 = 신입생에게 상급생이 책을 읽어주며 학교생활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다.

창원초등학교는 1학년과 6학년, 병설 유치원생과 5학년 학생이 의형제를 맺고 책읽기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오전 시간에 5·6학년생들은 의형제 동생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준다. 학교에 와서 적응이 힘든 신입생들과 곧 입학할 유치원생을 상급생들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대화하는 시간이다.

▲ 창원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병설 유치원생, 1학년 학생과 의형제를 맺고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창원초교

창원초교 관계자는 "'의형제 간 책 읽어주기' 사업은 어린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돕고 학교 폭력도 예방하고자 진행하고 있다. 1·2학기로 나눠서 그림책을 읽는다. 상급생들이 귀여운 동생들에게 서로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신입생과 유치원생들이 형·누나를 무서워할 수 있는데 책을 읽어주면서 그런 부분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학교인 밀양 산외초교와 송진초교는 전 학년이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는다.

산외초교는 전 학년 학생이 골고루 들게 하는 모둠 활동 '두레'를 운영하고 있다. 입학식 날 1학년을 새로운 두레원으로 포함해 신입생과 대화하고, 각 두레에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보낸다. 두레마다 신입생과 젓가락으로 과자 나르기 등 놀이도 한다. 학기 중에는 두레별로 함께 밥을 먹고, 텃밭, 닭장 돌보기 등의 활동도 이어간다. 서로 어울리면서 고학년에게는 책임감을 키우고, 저학년은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 밀양 산외초교 입학식날 신입생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 왕관 쓴 학생이 신입생이다. /밀양 산외초교

▲ 밀양 송진초교 육남매 모임 일환으로 여름 계절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는 모습. /밀양 송진초교
송진초교는 학생자치활동을 '육남매 모임'이라고 부른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학교 일에 참여하는 모임이다. 여름 계절학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야영하고 텐트를 치고 잘 때도 전 학년이 고루 분포하게 해서 각자 역할을 맡는다. '육남매 모임'은 전학생이 오면, 학생을 소개하고 환영식을 열어서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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