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적 가시화에 공격수 급구
빠듯한 일정·얇은 선수층에 고심

말컹-최영준-박지수로 이어지는 경남FC 공수의 등뼈 중 마지막 남은 정점 말컹 이적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이미 최영준이 전북현대로 이적했고, 박지수는 광저우 헝다 이적 공식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다. 그간 말컹이 이적하는 것으로 보고 올 시즌 구상을 해왔던 경남으로서는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 말컹 이적료를 기반으로 이적 시장에서 '대어'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말컹이 잔류하게 된다면 시즌을 적자로 운영해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말컹 이적은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최근 말컹은 인스타그램에서 라베치, 마스체라노 등 중국 허베이 화샤 싱푸 소속 외국인 선수들을 전부 팔로잉했다. 이를 근거로 팬들은 허베이 이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단이나 에이전트 쪽에서는 이적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어느 쪽에서건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유동적이다.

문제는 팬들에게 말컹 이적은 당연한 것이었고, 올 시즌 준비를 위해서는 그에 필적하는 스트라이커를 꼭 영입해햐 하는데 그게 누구인지였다는 점. 굳이 팬들 관심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폭풍 영입'한 결과로는 ACL(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K리그, FA컵 대회 3개를 동시에 치르기에는 경남의 스커드가 얕다.

지난해 득점에 비해 실점이 많았던 수비라인은 철저하게 보강했다. 선수 기본적인 포지션으로 봤을 때 중앙수비수만 10여 명에 이른다. 일부 포지션 변경을 하더라도 로테이션 부담은 지울 수 있을 정도다. 최영준이 빠진 미드필더도 수비형 공격형 따질 것 없이 믿을 만해 보인다. 특히 최근 영입이 확실해 보이는 조던 머치까지 합류한다면 네게바와 쿠니모토가 건재한 경남 중원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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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FC 공격수 말컹(왼쪽)이 중국 러베이 화샤 싱푸 이적이 점쳐지면서 그를 대신할 선수에 관심이 쏠린다. /프로축구연맹

문제는 공격수다. 김종부 감독 지론은 '수비는 아무리 잘해도 비긴다. 공격을 제대로 하면 골을 먹더라도 더 많은 골을 넣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태라면 확실한 스트라이커는 박기동과 김효기 정도다. 김 감독의 용병술이나 조련술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 중 포지션 변경으로 스트라이커를 보충한다는 기대를 한다면 이광선·김승준·고경민 정도는 스트라이커 기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합은 3월부터 5~6월까지 거의 매주 2경기씩, 그것도 국제적으로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경남으로서는 성적을 기대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지난 시즌 7골을 기록한 김효기는 말컹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선 단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박기동은 이타적 플레이가 좋다고는 하지만 프로 통산 득점이 30골밖에 되지 않아 결정력이 낮다는 점이 걸린다. 중앙 수비수 출신의 이광선과 1부 리그 경험이 없는 고경민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경남이 ACL 조별리그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 팀들의 스트라이커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점이다.

지난해는 월드컵으로 인해 경남에 비교적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ACL도 못나갔고,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상위권 팀들이 ACL로 승점 쌓기에 힘겨워할 때 경남은 승점을 착실하게 저축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없었기에 월드컵 휴식기를 팀워크를 다지는 데 오롯이 쓸 수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ACL과 병행해야 하므로 초반 승점 쌓기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진행됐던 FA컵 대회도 올해는 4월에 시작된다. 셋 중 하나쯤은 우승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하나 쯤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확실한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한 이유다.

여기에 더해 이번 이적 시장 영입 선수 면면을 보면 지난해까지 김종부 감독이 펼쳤던 전술과는 거리가 먼 영입이 많았다. 좌우 측면 전개를 통해 골문 앞의 타깃맨 말컹에게 얼리 크로스를 노리는 게 지난해까지 2년동안 김 감독의 주 전술이었다. 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겨울 이적시장이 폐장에 직면한 만큼 몇 남지 않은 스트라이커,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드는 영리한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게 최상의 방책으로 꼽힌다.

구단 경영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말컹 이적료로 20억~30억 원 정도를 세이브해 내년으로 이월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틀어졌다. 중국 슈퍼리그가 샐러리캡(연간 이적료+연봉 총액 제한)을 도입하면서 80억~100억 원을 기대했던 말컹 중국 이적료도 50억~60억 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새 스트라이커 영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구단 경영진도 이 시점에서 결단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할 것인지 ACL 4강과 K리그 상위스플릿, FA컵 우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인지 구단주와 대표이사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남은 시간은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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