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목표로 삼은 '명품도시'선결조건
교육 운동가 배출과 좋은 일자리 창출

가사를 안 보고 노래를 2절까지 부를 줄 안다고 해서 누구나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중·저·고음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기본기가 탄탄한 가수라도 '명품가수'가 되기는 더욱 어렵다. '명품가수'가 되려면 심금을 울리는 '명곡'을 만나야 한다. '명곡'도 '명품가수'를 만나야 불멸의 노래로 오랫동안 세상에 남는다. 김해시가 명품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명품도시가 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다름 아닌 '김해 교육운동가' 배출과 '김해형 일자리사업' 추진이다.

나는 평생 남모르게 어려운 이들을 보살펴 온 진주 '김장하 선생'의 기사를 최근에 접했다. 나는 그분의 가장 도드라진 면으로 '진주의 교육운동가'라는 점을 주목했다. 진주가 경남의 교육도시로 자리한 데는 그분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주의 보석'인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보살펴왔다. 불혹의 나이에는 개인재산을 털어 진주에 사학인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8년 만에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했고, 이후 공립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김장하 선생은 100억 원대 재산을 국가에 무상으로 헌납했다. 이런 '재(財)보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김해에도 김장하 선생 같은 '김해의 보석' 역할을 할 '김해 교육운동가'가 있었다면 도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해시는 지역 인재들의 외지유출을 막고자 몇몇 재력가들에게 김해 명문사립고 설립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김장하 선생 같은 분의 빈자리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생계와 직결된 양질의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역을 불문하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은 도시에는 반드시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다. 시는 2022년까지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해 민간영역에서 6만 개를, 공기관에서 4만 개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10만 개 일자리가 모두 양질의 일자리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공기관이 만드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발성이 많고, 민간영역에서 창출할 일자리 절반만이라도 양질의 일자리라면 대성공한 셈이다. 대안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이른바 '김해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고스톱 판에서 '피(被)' 12장보다 '광(光)' 3장 모으기가 쉽다고 한다. 소규모 영세업종이 많은 것보다 제대로 된 대기업 한 곳이 더 낫다는 의미다. 광주시가 현대자동차를 유치하는 일명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해 지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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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아직 오르지 못한 명품도시의 언덕을 넘으려면 '명품가수'가 '명곡'을 만나듯 일자리와 교육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좋은 직장(일자리)이 많고 교육의 명문인 이른바 '산업 교육도시'는 노력 없는 무임승차로는 도달할 수 없다. 그 대답은 시가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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