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은 수단 … 인재 중심 스마트 기업으로 가야"
중장기비전 아래 2016년 도입 체계적 생산관리 가능해지자 제품 기획·전략·판매에 집중
"중소기업서 적용 용이하도록 업종별 표준 모델 만들어야"

경남지역은 현재 500여 제조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려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스마트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마트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취재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토대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생생한 기업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신승정밀(대표이사 김명한·창원시 성산구)은 '스마트공장 모범 사례'로 방송·신문에 꽤 많이 소개된 곳이다. 관련 기관, 중소기업 관계자 발걸음도 잦다. 이젠 귀찮을 법도 한데, 신승정밀은 <경남도민일보> 취재 의뢰에 흔쾌히 응했다. 경남지역 스마트공장 확산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의지로 읽혔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현장을 찾았다. 신승정밀은 스마트공장에 대한 자신들만의 개념, 그리고 방향성을 확실히 세워놓고 있었다.

▲ 김명한 신승정밀 대표이사가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재고 부담 1억 원 이상 감소 = 신승정밀은 항공·자동차 분야 부품을 만든다. 이전까지 작업·관리자들은 생산업무체계 미비로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도면이 어디 있지' '담당자가 누구지' '최신 데이터는 어디 있지' '기존 제품과 유사한 정보는 어디 있을까' '이 데이터를 신뢰해도 될까'와 같은 고민이다.

이에 신승정밀은 2016년 '항공산업 공정혁신 지원 및 스마트공장 혁신'이라는 과제명으로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신승정밀은 '우리에게 꼭 맞는 옷'을 염두에 뒀다. 한번에 무리하지 않고 당장 성과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에 방점둔 것이다. 예상 비용은 정부 지원 5000만 원을 포함한 1억 원가량. 중소기업 처지에서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며 주저 없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도입 초기 필요한 인원·시간 부족, 오류 발생 등 어려움은 당연했다. 신승정밀은 TF(태스크포스) 구성, 전담자 지정, 매주 전 직원 2시간 교육 등을 이어갔다. 1년여간 적응으로 △도면문서·제품일정 체계적 관리 △부서별 정보 공유 △필요 정보 실시간 검색 등이 안착했다. 문서가 사라지고 회의 시간도 줄었다. 직원들은 그에 쓰이던 에너지를 전략 수립 고민으로 돌렸다.

변화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났다. '불량률 12% 감소' '납기 준수율 16% 향상' '제조 시간 단축률 14% 향상' 등이었다. 무엇보다 재고 부담이 크게 줄었다. 연 부담 비용이 기존 2억 원에서 9500만 원으로 53%가량 개선됐다. 고용 인원도 21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5명가량 충원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스마트기업! = 여기까지 여느 스마트시스템 도입 기업들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신승정밀은 '스마트공장 중장기 비전' 큰 틀 속에서 이를 진행해 왔다. 무엇보다 접근법·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신승정밀은 용어에서부터 남다르다. '스마트기업'이 더 적합하며, '스마트공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관점이다.

이에 신승정밀은 △스마트한 인재 △스마트한 기업문화 △스마트한 제품 △스마트한 시스템을 '스마트기업' 축으로 삼고 있다.

'스마트한 인재'는 단순 업무 노동자에서 역량 있는 관리자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한 기업문화'는 기업 가치를 스스로 창출해 나가는 주체는 직원이라는 접근이다. '스마트한 제품'은 단순 제조품에서 독자적인 연구개발품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스마트시스템'은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구심점이라는 것이다.

김명한 대표는 직원들과 끊임없는 토론을 거쳐 이러한 중장기 계획을 도출했다.

"스마트공장은 제조에 포커스를 맞춘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결국 '스마트한 인재'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업 경쟁력은 사람 생산성 향상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납품기일 맞추는 데, 불량품 줄이는 데 허덕거렸습니다. 이제 그러한 부분은 컴퓨터·시스템으로도 가능합니다. 사람은 기획·전략수립·마케팅·판매 등에서 고객 요구 이상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실행안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찾는 것이 '스마트한 기업'으로 가는 길이라고 보는 거죠."

현재 이곳 스마트공장 수준은 4단계(기초-중간1-중간2-고도화) 가운데 2단계 진입 정도다. 하지만 신승정밀은 '스마트공장 고도화'보다는 '사람·기업문화 고도화'를 최종 단계로 보고 있다.

◇"중기 위한 표준 시스템 필요" = 김 대표는 이러한 신념 속에서 주변 중소기업과 관련 기관에 여러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경남도가 스마트공장 구상을 위해 여러 선진국을 찾습니다. 그런데 너무 고도화된 곳만 보는 것 같습니다. 장밋빛으로, 돈 있는 기업들만 가능한 곳입니다. 그보다는 50인 이하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도내 벤치마킹할 만한 기업을 많이 만들고, 여러 중소기업이 이를 보고 단계별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일종의 표준모델을 만들자는 겁니다."

김 대표는 '스마트공장의 고용 확대 여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제대로 하면 '매출 확대-고용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갑니다. 그런데 경영자가 단지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면 안 됩니다. 인원·경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면 초기에는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일은 사람, 스마트한 인재가 하는 것이니까요."

경남도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매해 500개, 모두 2000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현재 도내에서 이러한 스마트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20개 내외로 알려져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스마트시스템 도입 과정의 복잡함, 시간 소요에 한계를 느낀다. 이에 김 대표는 이러한 제안을 했다.

"산업·업종·규모별 표준 샘플을 만들어 놓는 겁니다. 기존 공급업체들이 해놓은 것을 조금만 다듬으면 됩니다. 그러면 중소기업들은 자신들한테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중소기업은 현재 대부분 초기-중간1 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표준화해도 문제없습니다. 지금은 구축까지 8개월 이상 걸렸는데, 이렇게 하면 3개월 안에 신청부터 사용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 업데이트할 때 비용을 좀 더 들이는 식입니다. 영세기업 처지에서 신청 절차, 구축 단계를 간소화하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내용을 비롯, 도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스마트공장 네트워크 구성' 등을 경남도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가 행정의 적극적인 고민으로 이어질 차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