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의회 무기명투표 여전...주민 알 권리 보장 미온적
5곳만 도입…나머지는 외면, 창원 최근 개정·남해 검토 중

지난 7월 새롭게 개원한 도내 시·군의회가 앞다투어 열린 의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방의회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유권자 알 권리를 위한 '표결실명제' 도입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경남도민일보>가 도내 시·군의회의 표결실명제 도입 여부를 확인했더니,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는 대부분 시·군에서 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남해군의회는 의회사무국 차원에서 표결 실명제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결실명제 도입한 의회 5곳 불과 =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표결방법 규정을 각 지방의회 회의규칙에 일임하고 있다. 현재 도내 의회 가운데 본회의에서 표결수, 기명투표자 및 찬반 의원 성명을 남기는 기록투표를 하는 곳은 경남도의회, 창원·양산·거제·김해시의회 등 5곳뿐이다. 다만, 양산시의회는 의원 협의 또는 의장 재량에 따라 무기명 투표도 가능하다.

앞서 지난달 24일 창원시의회는 제8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창원시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처리했다. 개정 전 시의회 회의규칙 제48조(표결 방법) 1항은 '표결할 때는 전자투표 기기를 이용해 가부를 결정한다', 2항은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는 거수·기립 또는 기명·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었다. 이에 개정안은 현행 48조 1항을 '표결할 때는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 표결로 가부를 결정하며 투표 기기 고장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기립 또는 거수 표결로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로 명시했다.

창원시의회 사례처럼 유권자들은 표결실명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주·통영·사천·밀양·함안·창녕·거창·산청·함양·의령·합천·고성·남해·하동 등 14곳은 여전히 무기록(무기명) 투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 의회 대부분 회의 규칙에는 표결방법으로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위원으로 하여금 기립 또는 거수하게 하여 가부를 결정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로 있을 때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해놓았지만, 무기명 투표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무기명 투표에 숨는 의원 =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지역 교육, 복지, 생활환경 등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안건을 처리한다. 그럼에도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현한 의원이 누군지 알 수 없다면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실제 2016년 10월 12일 창원시의회는 본회의에서 한은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과 원전 안전강화 촉구결의안'이 무기명 전자투표로 부결된 바 있다. 2017년 10월 25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의회 본회의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보호 조례 제정안'을 폐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기명 투표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

지방의회가 의회마다 표결방법이 '들쭉날쭉'이지만, 국회는 다르다. 국회 홈페이지 '본회의 표결정보' 코너에 들어가 보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 법률안, 예산관련 안건에 찬성·반대표를 던진 의원을 모두 알 수 있다. 각 안건 회의록에도 찬반 의원명단 기록이 남아있다.

따라서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의원들의 투표결과는 회의록 등을 통해 공개하는 표결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예산안, 조례안 등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안 또는 의원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을 누가 찬성·반대하는지 아는 것은 지역 주민의 권리이며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가능케 하는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 중에는 시·도의회 의장에 의회 사무직원 임용권 부여,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제도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지방의회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투명성과 책임성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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