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추모제 “평화로운 세상 위해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

“전쟁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 위해 잊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 김복동(93) 할머니께서 과제를 남기고 떠나셨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무효화, 성폭력 없는 세상 조성, 친일 잔재 청산 등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광장 인권자주평화다짐비(평화의 소녀상) 앞 광장에서 ‘故 김복동 할머니 추모제’가 개최됐다. 지난달 28일 별세한 김 할머니를 ‘평화의 나라’로 보내드리는 자리였다.

1926년 양산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다. 중국·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일본군 침략 경로를 따라 끌려 다녔으며, 위안부 생활 8년째 되는 해인 1947년 22살의 나이로 조국에 돌아왔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며 여성인권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증언과 함께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 국외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그 돈을 세계 전쟁 피해 여성을 돕는 데 쓰겠다며 ‘나비기금’을 발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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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경을 넘어 초국적인 연대를 만들어준 할머니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허성무 창원시장,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이찬호 창원시의회 의장, 김종훈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감, 김종대·문순규·지상록 창원시의원,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 및 시민 등 150여 명이 김 할머니를 그리워했다.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오늘 우리는 우리 생애에서 만날 수 있었던 가장 용기 있고, 가장 정의롭고, 가장 위대했고,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김복동 할머니 영정 앞에 서서 끓어오르는 슬픔과 복수의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3년이 됐지만 완전한 자주독립을 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자 문제가 해결 안 된 이 상태에서 우리는 완전히 해방됐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할머니 평생 소원이셨던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아직 받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언젠가는 반드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 할머니의 영정에 바치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박종훈 교육감은 “할머니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일제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내 일본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김으로써 이 땅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은 “남아 있는 저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선희 아리랑예술단 단장은 진혼무 공연을, 가수 배진아·박영운 씨는 추모의 노래를 부르며 할머니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김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결의문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무효화 및 재협상 △성폭력 없는 세상 조성 △전쟁 없는 한반도 만들기 실천 △여성인권 유린 역사 청산 등을 결의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과 기만을 멈추고 하루속히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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