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영향력 압도적이었던 제도권 언론
이제 다양한 정보유통채널 통해 '검증'

최근 여론 환경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손혜원 의원 사건이다. 속칭 손혜원 의원 목포 구도심 투기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성급하게 결론을 짓자면 여론의 심판자 역할을 자임해왔던 제도권 언론(SBS, 중앙 일간신문 포함)의 판정패로 결론이 난 듯하다. 많은 독자가 아는 내용이라고 가정하고,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이슈를 간추려 보기로 하자.

그 첫 번째 이슈는 '재개발이냐 재생이냐'라는 국토 개발과 관련된 국가 정책의 선택 문제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서울 중심, 대도시 중심으로 진행되어왔고 지방과 농촌, 소도시는 소외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과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복고와 도시 재생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삶의 터전을 갈아엎고 새로운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개발 토건세력과 도시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재생 보존세력의 이익 갈등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한국 사회를 어떻게 재구조화하는 것이 미래의 삶에 유익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두 번째 이슈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여론 환경이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메이저 언론사와 다양한 유통채널로서 인터넷 포털, 팟캐스트, 유튜브가 존재한다. 실시간 제공되는 뉴스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정보의 유통채널은 다양해지면서 수용자들은 뉴스의 빠른 전달보다 누군가에게 사건의 정확한 해석이나 불완전한 단서를 토대로 그럴듯한 추론과 해독을 요구한다. 제도권 언론사들이 독점해온 사건 해석과 의미 부여의 권한이 분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방송국도, 대규모 조직도 아닌 '나는 꼼수다' 그룹이 팟캐스트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었던 이유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의 2차적 해석 기능을 탁월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당시를 복기해보면 SBS의 '끝까지 판다'팀이 제기한 투기 의혹은 집값 4배 상승, 22개 필지라는 자극적 제목과 함께 많은 라디오와 팟캐스트, 유튜브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의 강력한 반발과 제기된 사실의 실체적 검증 과정에서 투기와 이해상충이라는 이슈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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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민영방송 SBS의 문제제기가 정당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원론적으로 언론은 권력 집단에 대해서 어떤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여론 공론장에서 미디어는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을 부여받는 조건은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때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30년 전에는 일간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여론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으나 2019년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뿐이다. 과거에는 언론이 권력 견제라는 사명을 천명하고 대중은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지금은 권력 감시라는 역할도 순수한 의도와 질 높은 뉴스를 가지고 대중으로부터, 다시 말해서 라디오와 팟캐스트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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