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보고 놀랐다.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가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데도 100%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②는 이렇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 김경수 지사가 있었다고 보면서 유죄 판단의 지렛대로 삼았다. 당일 저녁 관련 프로그램의 접속 내역 등이 킹크랩 구동 사실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구동 사실이 있으니 시연회가 열렸고 시연회가 열렸으니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동을 여럿이가 아니라 혼자서 했을 수도 있고, 여럿이 모였어도 김 지사가 그 여럿 가운데 한 명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드루킹 본인과 직접 시연한 둘리 등의 관련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런데 드루킹은 돈을 안 받았는데도 "1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일당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매달 받은 것으로 하자"고 말도 맞추었다. "통신비·인건비 등 거액이 들었는데 허락이나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감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도 나왔다. 그런데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500만 원을 빌려주고 노회찬 의원에게 4000만 원을 건넸다. 그러니 돈 때문에 허락이나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에 대한 대법원 판례(2006.2.10.선고 2005도8965)와도 어긋난다.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징역 2년에 법정구속이 피고인의 이익일 수는 없다. /김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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